최악 가뭄에도 쌀 단위 면적당 최대 풍작,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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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계속된 가뭄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내 쌀 생산량이 단위 면적(1000m²)으로 따질 때 최대 풍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논의 수리시설이 잘 갖춰져 가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 1000m²서 쌀 542kg 생산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432만7000t으로 지난해보다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통계 작성 후 최고치였던 2009년 491만6000t보다 60만 t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농업 생산성을 보여 주는 1000m²당 쌀 생산량은 542kg으로 2009년 534kg보다 8kg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 수치는 2000년대 들어서도 2003년 441kg을 나타내는 등 500kg을 넘기기 힘들었지만 가뭄이 극심한 올해에 최고점을 찍었다.

이는 올해 쌀농사에서만큼은 가뭄이 중요 재해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논 면적 96만6000ha 가운데 59.6%가 10년 빈도의 가뭄에 버티는 수리안전답이다. 관개시설을 갖춘 수리답 비율을 포함하면 전체 논의 80%가 넘는다.

올해 가뭄이 심했던 충남은 1000m²당 쌀 생산량이 566kg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저수율이 낮았던 전북(548kg)과 충북(530kg)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상만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그동안 논의 기반 정리가 잘돼 가뭄에도 불구하고 풍년이 온 것”이라며 “벼가 익는 시기에 일조량이 많았고 태풍이 지나가지 않은 것도 풍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 당국, 풍년에 직불금 고민은 더 커져


풍년이라고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가뭄 속 풍년으로 당국의 쌀 직불금 고민은 더 커졌다.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kg 한 가마니에 15만520원. 1년 전보다 1만5436원(9.3%) 떨어졌다.

정부는 쌀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4개월 동안 전국의 쌀 평균가격이 목표가격보다 낮을 경우 차액의 85%를 지급해 준다. 올해 책정된 목표가격은 18만8000원. 지금 상황에서는 농민들에게 지급해야 할 쌀 변동 직불금 예산이 500억 원 이상 부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산이 부족해 통상 2월에 지급하는 직불금을 ‘연체’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한 농업 연구소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농정 당국자들이 천수답을 경작하는 농민들처럼 쌀값이 오르기만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수확 끝난 가을비에 저수량 늘어

한편 11월에 내린 가을비로 전국 저수량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농식품부에 따르면 9월 하순 43%로 최저치를 나타냈던 저수량은 11월 하순 기준 52%로 9%포인트 올랐다. 18일까지 이달에만 내린 비가 99mm로 평년 강수량인 9mm보다 크게 높았다.

하지만 가뭄이 극심한 인천 지역의 저수량은 19일 기준 19%로 예년 이 시기의 평균 저수량인 89%보다 크게 낮았다. 전북(34%) 충남(44%) 충북(50%) 등도 저수율이 낮은 것으로 집계되며 내년 봄 영농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통상 11월에는 전국 저수율이 77∼80%를 나타낸다.

:: 수리답(水利畓)과 수리안전답(水利安全畓) ::

강수 등 자연 용수에만 의존하는 논인 천수답(天水沓)의 반대 개념. 수리 시설을 통해 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논을 총칭해 수리답이라고 한다. 수리안전답은 그중 10년 빈도의 가뭄에도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논을 의미한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가뭄#쌀#풍년#풍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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