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주당 100시간 업무강도…‘월가의 새내기’ 3년 후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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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새내기가 된다는 것은 화려함과 자기학대의 기이한 조합체가 된다는 뜻이었다. 금융위기 이후로는 업계 전체에 쏟아진 오명까지도 감당해야 한다. 월가에 입성한 많은 새내기들은 고대했던 샴페인과 캐비아 대신에 부패한 이미지와 오욕을 맛보는 경우가 많았다.

-영머니(케빈 루스·부키·2015)
유난히 매서운 강바람이 불기 시작한 서울 여의도. 국내외 주요 은행과 증권사들이 모여 있는 한국판 월가(Wall Street)다. 아침 지하철역에서는 단정한 정장차림의 금융맨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나같이 화난 듯한 표정을 짓고 어디론가 바삐 걷는다. 밤이 돼도 여의도는 쉽게 잠들지 않는다. 야근을 마치고 피곤에 찌든 금융맨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달래곤 한다.

‘영 머니’에 등장하는 월가 사람들과 많이 닮은 모습이다. 월가는 미국 뉴욕 금융지구의 작은 거리지만 크게는 미국의 금융산업 전체를 일컫는다. 전 뉴욕타임즈 기자인 저자 케빈 루스는 잠입 취재의 대가다. 이번에는 월가에 갓 발을 들여놓은 8명의 신입사원들을 3년간 밀착 취재했다.

미국의 명문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이들은 한때 기계공학 엔지니어, 의사를 꿈꿨지만 기본급 7만 달러가 넘는 고액연봉과 화려한 경력에 이끌려 모두 투자금융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책에는 이들이 털어놓은 힘겨운 월가의 일상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월가의 새내기가 된 이들은 고액 연봉을 받고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한다는 우월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주당 100시간 근무가 기본인 살인적인 업무강도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함도 견뎌야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자신을 보는 경멸에 찬 눈빛까지 감내해야 했다.

책에 등장한 8명의 월가 새내기 중 3년이 지나 같은 회사에 남은 이는 JP모건에서 일하는 리카르도 뿐이다. 나머지는 창업하거나, 규모가 훨씬 작은 신생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월가에 대한 선망도 예전 같지 않다. 미국 명문대에서는 금융계보다 기술관련 업계로 취직하는 비중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금융권은 유례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경외와 불신의 시선이 공존하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과 떠난 이들의 발자취를 통해 금융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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