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에 ‘막걸리 거리’ 만든다고 수출 늘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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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외교 갈등에 식품한류 시들… 3년새 막걸리 수출 81% 급감
정부는 홍보강화 등 ‘맹탕 대책’… 전문가 “판촉보다 신제품 개발을”

정부가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인 거리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구 코리아타운에 막걸리 문화 거리를 조성한다. 일본 내 막걸리 수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조치이지만 수술이 필요한 중병 환자에게 감기약 처방을 한 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막걸리 수출 회복을 뼈대로 한 대일(對日) 농식품 수출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막걸리 수출이 가장 많았던 2011년 상황을 재연하겠다는 목표로 ‘어게인(again) 2011’을 프로젝트 이름으로 정하고 일본에 막걸리 문화 거리를 조성한다. 매달 이달의 막걸리를 선정해 홍보하고 일본 유튜브에 한국산 막걸리 신제품도 홍보한다.

국산 막걸리의 일본 수출은 매년 크게 줄어들고 있다. 2011년 한 해에만 4840만 달러를 판매했던 것이 지난해엔 910만 달러로 81.2%가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일본에서 팔린 한국산 막걸리가 총 480만 달러로, 실적이 나빴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31.9% 감소했다.

관계 당국에서는 이 같은 급격한 수출 감소의 원인으로 한일 간 정치적 갈등을 꼽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했던 2012년 8월 이후 막걸리 수출이 크게 줄었다”며 “한류(韓流) 바람을 타고 판매가 늘었던 것이 오히려 반한 감정의 역풍을 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하락이나 일본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도 판매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한류 열풍의 또 다른 수혜 식품이었던 김치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2011년 대일 수출액 8680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줄어 지난해엔 34.8% 줄어든 5660만 달러로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막걸리와 마찬가지로 2012년 이후 감소세로 접어든 것이다. 올해도 9월까지 수출 감소율이 지난해 동기 대비 23.5%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판촉 강화보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막걸리의 일본 수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 사회적 환경이 바뀐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파고들 수 있는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의미다. 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는 “막걸리 도수와 용기, 향 등을 다양화하는 등 막걸리가 계속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일본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과즙 주류가 유행하는 만큼 일본인을 타깃으로 한 과일 막걸리 개발 등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수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에서 팔리던 막걸리는 대부분 한국에서도 저가 제품”이라며 “신제품 발굴과 막걸리 칵테일 등 새로운 음용법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복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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