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달러 깨져도… 1500원대 요지부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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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배럴당 38달러로 하락

국제유가가 5% 이상 급락하며 배럴당 3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중국의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떨어지고 있지만 그 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4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5.5%(2.21달러) 하락한 배럴당 38.24달러로 마감했다. 2009년 2월 이후 6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최근 중국 증시가 폭락하며 세계 금융시장이 혼돈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세계 경제가 부진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으로 이어졌다. 미국 셰일가스업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에 경쟁이 지속되면서 공급 과잉이 계속되는 것도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표적 유가 급락기인 1986년과 2009년 당시의 저점이 두바이유 기준 30달러 수준이었다”며 “그러나 2009년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위기의 저점은 두바이유는 배럴당 35달러, WTI는 30달러로 본다”고 말했다.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석유공사의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6월 29일 L당 1584.88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연일 하락해 24일에는 L당 1534.64원까지 떨어졌다. 전국 주유소의 27.6%인 3305개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L당 1400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폭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누리는 가격 인하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7일 배럴당 65.06달러로 올해 정점을 찍었던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24일에는 44.40달러까지 떨어졌다. 하락폭은 31.8%. 그러나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같은 기간 L당 1519.81원에서 1534.64로 오히려 15원가량 올랐다.

국제유가 하락폭에 비해 국내 기름값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휘발유 원가에 유류세가 60%나 붙어 소비자가격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분만큼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급등해 유가 하락분을 상쇄하고 있다고 정유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 하락에 발맞춰 정유사들이 공급가격을 제대로 낮추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유사들의 휘발유 공급가격(세전)은 6월 3주 L당 638.70원에서 8월 2주 562.61원으로 11.9% 인하하는 데 그쳤다. 반면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휘발유 제품 가격은 가장 높았던 6월 2주 배럴당 83.30달러에서 8월 1주 66.93달러로 19.7% 하락했다. 환율 효과를 감안해 원화로 환산해도 584.83원에서 492.16원으로 15.8% 떨어져 정유사의 공급가격 인하폭보다 컸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관계자는 “7월에 국제 휘발유 가격은 L당 43.17원 내린 데 비해 국내 정유사의 공장도가격은 L당 31.17원 내리는 데 그쳤다”며 “올해 초 휘발유 가격이 오를 때는 가격 인상폭이 국제유가 인상분보다 컸던 것으로 나타나 ‘올릴 때는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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