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제품도 내 손으로… DIY 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스마트 꿀벌통… 고층빌딩 창문닦이 로봇…

전문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손수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을 만들어내는 ICT DIY가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 꿀벌통을 만든 미디어아티스트 최석영 씨가 손수 제작한 솔루션을 들어 보였다. 최석영 씨 제공
전문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손수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을 만들어내는 ICT DIY가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 꿀벌통을 만든 미디어아티스트 최석영 씨가 손수 제작한 솔루션을 들어 보였다. 최석영 씨 제공
“방충망을 뒤집어쓰고 벌통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꿀 수확량을 알 순 없을까?”

미디어아트 작가인 최석영 씨(44)는 올 4월 토종 꿀벌 살리기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이런 의문을 가졌다. 홍보 영상을 찍기 위해 만났던 양봉업자들이 여름철에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었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는 아니지만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던 최 씨는 동료 예술가들과 작업실에서 스터디 모임을 꾸려 왔다.

최 씨는 인터넷과 관련 서적들을 참고해 ‘스마트 꿀벌통’을 직접 제작했다. 각종 부품을 연결해서 전자제품을 만들 수 있는 회로판과 적외선 카메라를 연결하고 연료로는 태양전지를 붙였다. 이와 연동된 간단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만들었다.

스마트 꿀벌통 솔루션이 장착된 벌통에서는 카메라가 꿀의 양을 촬영해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최 씨는 “향후 꿀통 온도를 조절하는 단계까지 발전시킬 예정”이라며 “솔루션이 완성되면 개발 소스를 공개해 양봉업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쓸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ICT도 ‘DIY(Do It Yourself·손수 만들기)’ 시대

최 씨처럼 ICT 전문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직접 필요한 서비스를 자유롭게 만들어 내는 등 ‘인디개발자’들이 늘고 있다. 쉽고 간단하게 각종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회로판과 3차원(3D) 프린팅 등의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ICT DIY가 취미생활로 떠오른 것이다.

연구소나 직장에 관련 커뮤니티가 생겨나기도 한다. 대학원생 최규현 씨(24)는 3월 동료들과 ‘오덜트’라는 팀을 만들었다. ‘오타쿠(마니아)’와 ‘어덜트(Adult·성인)’의 합성어로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함께 하는 팀이다. 최근에는 고층빌딩 창문닦이용 웜봇(Wormbot·벌레 모양 로봇)을 만들어 냈다. 벽이나 창문을 기어오르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인디개발자들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도 활발히 운영된다. 회원 5만6600명으로 지난해 네이버 대표 카페로 선정된 ‘아두이노 스토리’, ‘오픈크리에이터스’ 등에는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알려주는 강좌와 제작 아이디어, 후기 등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 국내 창작 생태계 확대해야

국내에 싹트기 시작한 인디개발자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7월에는 민간 비영리단체인 ‘ICT DIY 포럼’이 설립됐다. 국내 관련 중소기업 및 대기업과 인디개발자 커뮤니티, 전국대학생창업동아리연합회 등이 참여하는 ICT DIY 포럼은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인디개발자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프로그램 개발 교육을 한다.

미래부는 26, 27일 이틀간 ‘K-ICT 기술사업화 페스티벌’을 열어 ICT DIY 창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인디개발자 커뮤니티와 개인 개발자들이 손수 만든 스마트폰 조종 헬륨 풍선, 실시간 약품 투여 관리 시스템, 종이로 만든 센서 로봇 등의 제품들과 제작 방법이 소개될 예정이다.

손승원 ICT DIY 포럼 의장은 “국내 ICT 창작 생태계는 아직 해외에 비해 많이 미흡한 수준”이라며 “인디개발자들의 창작 문화와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해 생활 속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곽도영기자 now@donga.com
#ict#diy#혁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