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인수戰 ‘을의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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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여곳 참여 중소 레미콘연합회… “시멘트업체 독과점 횡포 막겠다”
22일 입찰제안서 접수… 24일 발표

“우리는 대형 시멘트업체와 건설사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법정관리 중인 동양시멘트 매각을 앞두고 시멘트 소비업체인 중소 레미콘업체들이 인수 의지를 적극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중소 레미콘업체 870여 개의 연합체인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위 7대 시멘트사 중 어느 한 곳이 인수하면 시멘트시장 독과점이 더욱 심각해진다”며 “동양시멘트 인수는 중소 레미콘업계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2일 매각 주간사회사인 삼정KPMG를 통해 동양시멘트의 입찰제안서를 접수한다. 24일쯤 심사 결과가 발표되면 양해각서(MOU) 체결과 실사를 거쳐 다음 달 28일쯤 새 주인이 결정된다.

중소 레미콘업체는 지난해 기준 국내 시멘트 출하량 4370만 t 중 62%(약 2700만 t)를 소비하는 최대 소비업체다. 그러나 매년 유연탄 가격이 하락하는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에도 시멘트업체들은 가격을 꾸준히 인상해 중소 업체들을 압박했다며 반발해 왔다. 대형 건설사 역시 시멘트업체와의 가격 인하 협상이 어려워지면 중소 레미콘업체에 부담을 떠넘겨 왔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인수에 성공하면 회원사를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한편으로 시멘트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레미콘업체들이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 안정적인 시멘트 공급처를 확보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배조웅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시멘트사의 독과점적 횡포로부터 권익을 지키기 위해선 반드시 연합회가 인수해 효율적 경영을 통해 레미콘업체와 시멘트업체가 함께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회원사로부터 투자자를 모집한 뒤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인수 자금이 최소 4000억∼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인수전에 뛰어들 계획이다. 배 이사장은 “중소 레미콘업체 외에도 상당수 투자자가 나서서 인수 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시멘트업계는 동양시멘트를 포함한 상위 7개사가 각축을 벌이는 구도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국내 시멘트 출하량 점유율은 쌍용양회가 19.8%(865만2000t)로 1위다. 한일시멘트(13.6%·592만8000t), 성신양회(12·9%·564만4000t) 등이 뒤를 잇는다. 동양시멘트 인수전에는 이들 몇몇 대형 시멘트업체와 대형 레미콘업체, 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샘물 evey@donga.com·정세진 기자
#동양시멘트#인수#레미콘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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