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기름값’ 악명 높던 고속도로 주유소가 달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5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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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에 경기 과천시에서 세종까지 차로 출근하는 공무원 최모 씨는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에서 휘발유를 가득 채운다. 과천시와 세종시 시내에는 주유소가 적어 찾기 쉽지 않은데다 휴게소 주유소의 기름값이 싸기 때문이다. 최 씨는 “공기업에서 직접 운영하니 믿을 수 있고 가격까지 싸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때 ‘바가지 기름값’으로 악명 높았던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가격이 싸진 것은 물론 휘발유 품질과 판매량에 대한 신용까지 더해지면서 믿을 만한 주유소로 거듭난 것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자사브랜드인 ‘ex-오일(Oil)’ 주유소를 운영하면서부터다. 과거 휘발유가 떨어졌을 때 ‘울며 겨자 먹기’로 찾았던 고속도로 주유소가 이제는 ‘일부러 찾는’ 주유소로 탈바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싸고 찾기 편리한 주유소로 재탄생

과거 고속도로 주유소는 인근 국도 주유소에 비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평균 70~100원 가량 비쌌다. 정유사로부터 직접 납품받는 구조라 정품 휘발유 공급에 따른 가격상승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지만 독점적 지위를 악용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2012년 ‘알뜰 주유소’가 등장한 이후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주유소가 알뜰 주유소 간판을 내걸면서 예전처럼 비싼 값을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정유사로부터 공공 구매한 휘발유를 납품 받으면서 가격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과거보단 싸졌지만 일반 주유소에 비해서는 여전히 비쌌기 때문이다. 2013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고속도로 알뜰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일반 자영 알뜰 주유소에 비해 평균 31원 높았다.

고심 끝에 도로공사는 기존 알뜰주유소 대신 자체 브랜드인 ‘ex-오일’ 주유소를 내놨다. 목표는 알뜰 주유소보다 단 1원이라도 더 싸게 팔겠다는 것. 석유공사로부터 사오는 일부 의무매입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도입 물량을 자체 입찰에 붙여 경쟁에서 이긴 정유사가 납품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다. 또 한국석유관리원과 손을 잡고 정량 점검을 강화해 일반 주유소에서 종종 발생하는 눈금을 속이는 행위를 단속했다.

● 스마트폰 앱으로 간편하게 검색

효과는 가격으로 나타났다. 5일 기준 경부선 안성휴게소(부산방향)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530원으로 전국 평균가격(1584원)은 물론 전국 알뜰주유소 평균가격(1558원)보다도 낮았다. 전국 156개 ‘ex-오일’ 주유소 중 82곳이 알뜰주유소 평균 판매가보다 싼 가격에 휘발유를 팔고 있다.

가격인하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8~12월 ‘ex-오일’ 주유소 휘발유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1% 늘어났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화물차, 버스 기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면서 경유 판매량은 이 기간에 무려 26.1%나 증가했다.

도로공사는 또 2만 원대 저가 하이패스 단말기인 행복 단말기를 출시하고 청년들에게 휴게소에서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청년창업 휴게소 등의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잇따라 호응을 받으면서 올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은 “ex-오일 사업을 비롯해 국민 편의와 안전에 주안점을 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고속도로 인프라를 활용한 일자리 창출,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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