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 성과… 현장 체감도는 낮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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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 개혁추진 100일 들여다보니

“힘들게 일하는 우리 직원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금융개혁은 내 소명이고, 금융개혁이 완성될 때까지 체력적인 어려움을 심정적인 보람으로 이겨냈으면 합니다.”

2일은 금융위원회가 1차 금융개혁회의를 연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에 맞춰 1일 ‘금융개혁 추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개혁이라는 단어가 금융위에서 사라지지 않게 할 것”이라며 강한 개혁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금융규제 완화, 기술금융·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내용으로 한 임 위원장의 금융개혁 정책들은 그 진정성이 금융계에서 비교적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실제 개혁의 성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현장 체감도가 아직 낮고 당국의 비공식 관치(官治)행정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금융개혁은 나의 소명”

3월 취임 직후부터 임 위원장은 마치 오래전부터 이 과제를 준비해 온 것처럼 숨 가쁜 개혁 행보를 이어왔다. 취임 닷새 만에 ‘금융개혁의 방향 및 추진전략’을 내놓은 뒤 지금까지 금융개혁회의를 6차례, 자문단 회의를 60차례 각각 열었고 금융당국의 검사·제재 개혁 방안, 자본시장 개혁 방안, 핀테크 활성화 방안 등 주요 현안 과제를 끊임없이 발표했다. 또 각종 현장을 37차례 방문했고 매주 금요일 아침마다 금융업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인 ‘금요회’도 8번 열었다.

백미(白眉)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합동으로 구성한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의 활동이었다. 현장에서 금융회사의 애로사항을 듣고 바로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조직된 이 점검반은 지금까지 146개 금융회사에서 약 2000건의 건의사항을 접수했다. 주로 금융당국의 감독 관행이나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요청으로, 당국은 이 중 1081건을 ‘수용’, ‘불수용’, ‘추가 검토’로 나눠 각 금융사에 일일이 회신했다. 이 과정에서 ‘모바일 단독 신용카드 발급 허용’, ‘비대면 금융계좌 개설 허용’ 등 굵직한 사안들이 금융회사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정책에 반영됐다.

임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개혁의 성공을 위해선 무엇보다 (당국과 금융회사 간) 신뢰가 쌓여야 한다”며 “점검반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다들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현장에선 아직 의구심 여전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개혁에는 미진한 점도 적지 않다. 우선 당국의 의지만큼 현장의 체감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문제다.

최근 금융위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및 실무자, 학계·언론계·기술금융업 종사자 등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금융당국이 금융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는 전체의 80%에 달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비공식 행정지도가 근절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21.9%에 불과했고, ‘금융개혁의 체감도가 높다’는 응답은 41.8%에 그쳤다. 당국의 개혁 의지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지만 그 노력이 실제 현장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이 거꾸로 당국에 세부적인 지침을 달라고 요구하는 현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금융회사들이 정부 말을 믿고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했다가 나중에 ‘딴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금융개혁’이 규제 완화로 금융회사의 족쇄를 풀어주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보신주의에 물든 금융권을 손보겠다는 것인지 아직도 그 취지가 헷갈릴 때가 많다”며 “금융권과 소통 노력을 조금 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임종룡#제도개선#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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