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에 보험사기 자료-출석요구권 부여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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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 25일 특별법안 심사

금융당국 조사권한 확대 검토
‘나이롱 환자’ 혐의 입증 쉬워질듯
“소송남발 보험사도 제재” 지적도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혐의자와 관련한 개인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자를 강제 구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의 조사 권한을 대폭 강화해 다수의 성실한 보험가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다른 법률과의 형평성 문제 등 논란도 예상된다.

23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정안을 논의한다. 이 법안은 2013년 8월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일부 쟁점조항 때문에 논의가 지연돼 왔다.

법안은 금융위원회가 보험사기 사건을 조사할 때 지방자치단체,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출입국관리소 등 공공기관에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른바 ‘나이롱환자’로 불리는 허위·과다 환자 중에는 병원 입원 기간에 해외여행을 다녀와 놓고도 진료비를 청구해 보험금을 타내는 경우가 있다”며 “출입국 기록만 확인해도 보험사기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법안은 금융당국에 자료요구권뿐 아니라 보험사기 혐의자에 대한 출석요구권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도 금융위가 보험사기 혐의자를 불러 조사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출석을 거부하면 그만이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서는 특별법을 통해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더욱 무겁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인 사기사건과 달리 보험사기의 경우 다수의 선량한 보험계약자에게 피해를 주고, 의료 시스템 및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점에서 가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안 초안에서는 현행 규정(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보다 처벌 강도를 대폭 높이도록 돼 있었지만 일반 형법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벌금 한도만 ‘5000만 원 이하’로 높이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보험사기 범죄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0년 3746억 원에서 지난해 5997억 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적발이 어려운 보험사기 범죄의 특성상 실제 보험사기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보험연구원이 추정한 민영보험의 보험사기 규모는 2010년 기준 3조4105억 원에 달한다. 연간 국민 1인당 7만 원, 가구당 20만 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셈이다.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가족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등 수법도 흉포해지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자동차 조수석에 임신한 외국인 아내를 태운 뒤 고의로 차량을 들이받아 숨진 아내의 보험금으로 90억 원을 타내려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살인·상해를 저질러 타낸 보험금은 2011년 46억 원에서 지난해 99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보험사기에 대해 형법상 사기죄로도 처벌이 가능한데 굳이 형량을 높여 처리하는 게 법체계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보험금 지급은 미루면서 보험사기에 대해서만 엄격히 처벌을 요구하는 보험사의 이중적인 태도에 비판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보험사기를 엄중히 처벌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를 빌미로 보험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소송을 남발하는 보험사에 대해서도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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