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한국 정치인들이 되새겨야할 ‘버핏의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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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산업부
김창덕·산업부
“미국 디트로이트 지역 최저임금이 시급 13달러(약 1만4000원) 수준입니다. 절대금액만 보면 국내 최저임금(올해 시간당 5580원)이 낮지만 한국은 여기에 상여금, 근속수당, 가족수당 등이 다 붙어서 결과적으로는 임금이 더 높아요. 최저임금 무조건 올리자는 주장은 한마디로 나라를 망치겠다는 겁니다.”

이달 초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취재해 응한 중소기업 사장 A 씨의 말이다. 글로 표현해 그렇지 그의 반응은 훨씬 격했다. A 씨가 운영하는 기업은 한국 외에 미국,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에도 공장을 두고 있다. A 씨는 “노동계나 야권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면 기업들은 큰 혼란에 빠진다”며 “현 상황에서도 국내 공장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인건비를 더 올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씨의 말이 새삼 떠오른 것은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워런 버핏 때문이었다. 그는 22일(현지 시간) 한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모든 직종이 시간당 최소 15달러를 받기를 희망할 수는 있겠지만 그 수준의 최저임금은 고용을 현저하게 감소시킬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그렇게 된다면 기초적 기술만 갖고 있는 많은 노동자가 곤경에 처하게 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시의회가 현재 시간당 9달러인 법정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5달러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의결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세계적인 부호가 저임금 노동자들의 상황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가 기업 생리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임금 인상은 곧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 보인다.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모두 7%대였던 국내에서 노동계와 야당은 급기야 1만 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꺼번에 시급을 2배 가까이로 올리자는 것이다.

A 씨는 “기업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강하게 말을 하는 이들이 없다”면서 “나중에 후세들을 위해서 기성세대들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푸념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2%였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 4월 기준으로는 최고치다. 일자리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표퓰리즘’의 유혹에 유독 약한 국내 정치인들이라지만 버핏의 말은 꼭 한 번쯤 되새겨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정치인#버핏#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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