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실적?…1분기 상장사 수익 늘었지만 매출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8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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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 상장 국내 기업들이 올해 1분기(1~3월)에 국제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진한 성적을 낸 ‘대장주’ 삼성전자를 빼고 보면 수익성 개선 추세가 더욱 뚜렷했다. 특히 답답한 박스권에 갇혀있던 국내 증시가 되살아나면서 증권사들은 1분기에 6년 만에 최대 수준인 1조 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둔화와 내수부진의 여파로 상장기업들의 매출은 1년 전보다 쪼그라들어 성장엔진을 제대로 켜지 못한 ‘반쪽짜리’ 실적 회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매출 줄어도 수익성은 개선

18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중 금융회사 등을 제외하고 지난해와 비교 가능한 501곳의 1분기 매출액은 432조822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8% 감소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매출이 5년 만에 뒷걸음질친 데 이어 올해도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8조263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1%나 늘었고 순이익은 20조9286억 원으로 3.8% 늘었다. 지난해 큰 폭으로 감소했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올 들어 회복된 것이다. 특히 상장기업 전체 매출액의 11%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24.5%, 29.5%로 급증했다.

기업이 장사를 얼마나 잘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들도 모두 지난해보다 좋아졌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5.74%에서 올 1분기 6.53%로, 매출액 순이익률은 4.39%에서 4.84%로 올랐다. 상장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면 작년에는 43원을 남겼지만 올해는 48원을 손에 쥔다는 뜻이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락팀장은 “국내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상장사 이익이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라며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데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있었고 지난해 말 이후 환율상승 효과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 증권업 이익 대폭 늘고 건설은 적자 전환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도 유가증권시장 626개사의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보다 6.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4% 줄었고 순이익이 0.9%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통신업종의 순이익이 283.5% 급증했고 전기가스(199.23%) 철강금속(189.48%) 의료정밀(101.40%) 등도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반면 건설업은 1분기에 101억 원의 손실을 내 유일하게 적자를 낸 업종이 됐다.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유가 하락, 해외건설 저가 수주, 입찰 담합에 따른 과징금 등의 여파가 계속된 탓이다.

이와 별도로 분석된 금융업종의 수익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상장 금융회사 47곳(경남·광주은행 제외)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조1287억 원, 4조5067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5.8%, 39.7% 늘었다.

특히 상장된 증권사 22곳의 영업이익(1조68억 원)과 순이익(8271억 원)이 각각 221.0%, 306.6%나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장되지 않은 증권사를 포함한 58개 증권사의 1분기 순이익은 9760억 원으로 2009년 1분기 이후 최대치였다. 지난해 4분기보다는 6353억 원(186.5%) 증가한 것이다.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위탁수수료 수익이 늘었고 금리 하락으로 채권 관련 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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