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和會社成 화목한 가정이 회사를 성장시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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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의 균형, 가족친화경영]기업 성장전략으로 자리매김

육아휴직을 마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복직훈련을 마친 뒤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여직원의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해 그 사용비율이 지난해 96.3%였다. 2012년 기준 국내 여성의 육아휴직률이 22.6%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육아휴직을 마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복직훈련을 마친 뒤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여직원의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해 그 사용비율이 지난해 96.3%였다. 2012년 기준 국내 여성의 육아휴직률이 22.6%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회사만이 전부는 아니고 남편 아내 자식 부모로서의 역할이 있다. 일찍 들어가서 가족과 저녁을 먹고 대화하시기 바란다.”(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즐거운 일터는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출발한다.”(강도원 삼성전자로지텍 대표)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가족친화경영은 이미 기업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직원의 복지를 넘어 실제 경영 성과로 돌아온다는 게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기업은 여전히 ‘칼퇴(정시 퇴근)에 주말 근무 줄이고 육아휴직을 늘리면 경영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족친화경영의 ‘마법’을 믿는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렇게 말한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도 잘 굴러가고 훌륭한 인재도 끌어올 수 있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총 5가지 출퇴근 시간대 중 자율적으로 택할 수 있다. 직원 각자의 출퇴근 시간은 인트라넷과 자신의 책상에 써서 알린다. 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은 2005년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총 5가지 출퇴근 시간대 중 자율적으로 택할 수 있다. 직원 각자의 출퇴근 시간은 인트라넷과 자신의 책상에 써서 알린다. LG생활건강 제공
○ 가정이 평안해야 회사도 잘된다

LG생활건강에서 근무하는 워킹맘 A 씨는 네 살짜리 아들과 오전 7시 40분경이면 회사로 온다. 아이를 2층에 있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오전 8시면 일을 시작한다. 오후 5시면 아이 손을 잡고 퇴근해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LG생활건강이 유연근무제와 정시퇴근제를 도입한 지는 벌써 10년이 됐다. 2005년 취임한 차석용 부회장이 “가족과의 삶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시작했다. 직원들은 오전 7∼9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출근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점심시간 1시간을 빼고 8시간을 일하면 된다. 이르면 오후 4시에 퇴근할 수 있는 셈이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일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걱정했다. 하지만 차 부회장은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게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효과는 분명했다. 2005년 매출은 9678억 원, 영업이익은 704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각각 4조6770억 원, 511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좋은 인재들이 몰리고 직원들이 집중력을 갖고 일하며 생산성이 올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물류대행업체인 삼성전자로지텍의 여직원 B 씨는 지난해 난임휴직 3개월 만에 임신에 성공했다. 2010년 결혼하고 3년 동안 병원에 다녀도 생기지 않던 아이였다. B 씨는 한때 회사를 그만둘까도 고민했다. 삼성전자로지텍은 2013년부터 1개월∼1년까지 난임휴가를 쓸 수 있게 했다. 결혼이 늦고 스트레스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여직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과 가정이 양립되는 데서 오는 행복감 때문에 직원들 애사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가족친화경영하면 매출은 증가, 이직은 감소

기업이 가족친화경영을 하면 고스란히 이익으로 되돌아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1년 연구에 따르면 보육시설 유무, 육아휴직, 출산휴가, 수유공간 제공 등의 여러 항목으로 구성된 가족친화경영지수가 1단위 증가하면 1인당 평균 매출액은 약 0.4% 증가하고 이직률은 0.2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직원뿐 아니라 직원의 가족들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기업도 많다.

가족친화 인증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은 ‘오즈의 가족여행’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임직원과 그 가족이 여행 갈 때 신청을 하면 심리상담사와 지역전문가가 동행하는 것이다. 심리상담사는 가족 간의 소통을 돕고, 지역전문가는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회사가 임직원의 자녀 체험학습 고민과 소통을 함께 돕는 것이다. 김수천 사장은 평소 “직원이 회사에 만족해야 고객에게도 좋은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이제 가족친화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고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회사가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3700만 명) 정점을 찍고 2017년부터 줄어든다. 여기에 젊은이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가정에서의 행복 없이 일만 하기를 원치 않는다. 가족친화인증기업 제도를 운영 중인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가족친화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에는 인재가 가지 않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며 “미리 변화하는 CEO만 성공한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가족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가족친화인증기업은 2008년 14곳에서 지난해 956곳으로 늘었을 정도다. 가족친화인증은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여성부 장관이 부여한다. 가족친화인증 사실을 자율 공시한 기업도 43개다. 여성부 관계자는 “가족친화인증 기업은 투자자나 입사 지원자에게 ‘복지 혜택이 좋아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줄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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