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수입부과금 3년간 688억 환급… “일부 업체 배만 불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1년 연장 방침 싸고 실효성 논란

정부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석유를 판매하는 정유사들과 수입사들에 대해 석유 수입부과금을 환급해주는 제도에 대한 존폐 논란이 일고 있다. 정유업계 일각에서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정책에 ‘혈세’ 688억 원을 부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3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국거래소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통해 석유를 판매하는 정유·수입사들에 수입부과금을 L당 8원을 환급해주는 혜택이 6월 말 만료되는 가운데 이 혜택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이 제도는 2012년 정부가 석유 유통 구조를 투명화하고 가격 인하 효과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다. 정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3월까지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삼성토탈 등 정유사와 석유수입사들에 환급된 금액은 총 688억2000만 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3월 평균 거래 체결가격은 경유가 L당 1201.3원, 휘발유가 1401.3원이었다. 정유사가 장외에서 공급한 가격보다 각각 L당 25.0원(2.0%), 27.6원(1.9%) 쌌다.

문제는 이 가격이 주유소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지느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석유를 구입하는 수요자 중 주유소가 직접 매수하는 비중은 15% 안팎에 그치는 데다 전국 주유소 판매 물량 중 전자상거래로 조달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도매업자가 공급하는 만큼 환급분이 중간 마진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 10월∼2013년 12월 전자상거래 참가자 83곳이 과도한 초과 수익을 올려 제재를 받았다.

석유 수입부과금 환급 제도가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정 정유사 기름만을 공급받는 대리점과 주유소들은 전자상거래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입찰에 참여한다는 것은 다른 정유사 석유를 쓸 기회가 있다는 의미인 만큼 계약 위반이 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으로 거래하는 대리점들과 주유소들이 ‘우리도 전자상거래 가격에 맞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수입부과금을 환급받아서 값을 깎아주는 거래의 가격에 맞춰 달라고 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입찰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쟁매매’ 비중은 지난달엔 50.6%까지 올라왔지만 평균은 40% 안팎에 그친다. 나머지 물량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가격을 협상한 뒤 성사된 가격만 공시하는 ‘협의매매’ 형태로 이뤄진다. 물량과 가격을 미리 짜고 지원금을 받을 목적으로 가격만 밝힌다는 의미다.

A주유소 운영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사인 세동에너탱크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데다 일부 수입사는 국내 정유사들로부터 물량을 공급받아 팔게 돼 사실상 가격 경쟁이 불가능한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도입의 근본 취지는 정유사가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바꿔 결과적으로 가격 인하 효과를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부과금 환급분이 실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됐는지를 검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전자상거래 가격이 일반 도매가격보다 부과금 환급분(L당 8원) 이상 더 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1차적인 가격인하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석유#수입부과금#환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