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면… 연립-다세대도 좋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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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50대 김모 씨는 얼마 전부터 서초구 양재동 빌라촌 공인중개사사무실로 출퇴근하다시피 한다. 최근 퇴직한 김 씨는 부부가 살 작은 빌라를 알아보고 있다. 작은 집으로 옮기면서 현금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다른 곳에 살까도 생각해봤지만 아내가 ‘친구들이 몰려 있는 강남을 떠날 수 없다’고 하고, 나도 익숙한 동네를 떠나는 게 힘들어 빌라로 이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전세금이 급등하고 매매가격도 상승세를 타면서 강남권의 연립·다세대주택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 씨와 같은 강남 토박이들이 집을 옮길 이유가 생겨도 ‘익숙하다’ ‘교육 여건이 좋다’ 등의 이유로 강남을 고수하며 연립·다세대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고가의 빌라뿐만 아니라 주목받지 못하던 낡은 소형 빌라들의 매매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연립·다세대주택의 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강남권이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두드러진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주택매매거래량은 작년 동월보다 80.8% 증가해 같은 기간 서울 전체 매매거래량 평균 증가율(68.0%)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강남 3구의 연립·다세대주택의 매매거래량은 142.6%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거래량 증가율(61.6%)의 갑절을 훨씬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수요가 몰리면서 고가의 아파트, 빌라에 밀려 매매가 뜸했던 낡은 소형 빌라의 매매도 급증하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에서 연립·다세대주택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이 일대 낡은 빌라들은 최근 2, 3년 동안 매매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는데 올해 초부터 매매거래가 급증하고 있다”며 “대부분 자녀 학군 때문에 강남에 계속 거주하려는 학부모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권에 직장이 있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월세로 임대하기 위해 빌라를 사들이는 투자자도 크게 늘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방 투자자들이 강남 직장인 수요를 노리고 강남 빌라들을 많이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경매시장에서 강남권 빌라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강남 3구에 있는 연립·다세대주택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7.3%로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낙찰가율(79.7%)보다 높았다. 송파구 잠실동의 5층짜리 다세대주택인 미가하우징은 얼마 전 102%의 낙찰가율로 낙찰되기도 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다세대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낙찰가율이 100%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올해 들어 낙찰가율 100%를 넘긴 주택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연립·다세대주택 수요가 급증하자 건축업자들이 이 지역의 낡은 연립·다세대주택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럭키공인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낡은 연립·다세대주택을 사들이려는 건축업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집을 허물고 새 주택을 지어 분양하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연립·다세대주택의 인기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서초구 서초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전세금이 너무 올라 어쩔 수 없이 다세대주택을 선택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아파트 전세금이 안정되면 연립·다세대주택의 수요 증가세가 주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강남#연립#다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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