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美-日은 손 떼는데… 한국, 불붙은 中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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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16억달러 세계1위 올라… FTA발효 앞두고 우호적 분위기
삼성-현대차 대규모 투자도 영향… 對中 무역규모도 日 맹추격

한국이 올 1분기(1∼3월)에 전 세계에서 중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큰손’으로 떠올랐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공장 설립에 따른 대규모 투자와 일본 기업의 중국 내 사업 재편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 ‘큰손’으로 떠오른 한국

한국무역협회 베이징(北京)지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대(對)중국 투자액은 16억2000만 달러(약 1조7675억 원)다. 중국 영토인 홍콩(259억4000만 달러)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액수다. 지금까지 한국보다 투자액이 많았던 일본(10억6000만 달러), 싱가포르(12억3000만 달러), 대만(12억9000만 달러) 등을 단숨에 넘어선 것이다. 최용민 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한중 FTA 발효를 앞두고 양국 정부 간 우호협력 분위기가 조성되고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내 마케팅 거점을 확보하고 협력업체의 투자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대규모 공장 설립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에 외국 기업으로서는 역대 최대인 70억 달러(약 7조6426억 원)를 투자해 지난해 5월 반도체 공장을 준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장은 지난해에 완공됐지만 70억 달러에 대한 투자는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중국 허베이(河北) 성 창저우(滄州) 시에 2016년 말까지 연간 2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투자뿐 아니라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규모도 한국이 미국에 이어 2위인 일본을 곧 추월할 기세다. 2013년 한국과 일본의 월평균 무역규모 차이는 일본이 32억 달러 더 많았지만 지난해에 그 차이가 17억9000만 달러로 줄었다. 올해는 그 차이가 더욱 줄어 1∼4월 일본이 한국보다 불과 6억8000만 달러 많은 상황이다. 일본의 대중국 수출입은 11.2%가 감소한 반면 한국은 4.8% 감소에 그친 결과다.

○ 중국 산업구조 변화도 주목해야

하지만 이런 흐름을 단순히 한중 FTA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기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싱가포르 대만 등 주요국도 중국 산업구조의 변화로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점차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최초로 설립된 외국 기업인 베이징파나소닉TV유한공사는 2013년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TV 공장도 문을 닫았다. 인건비 부담이 급증한 데다 중국 자체 브랜드의 급성장으로 적자가 커진 탓이다. 중국 현지 언론은 파나소닉이 남아 있는 세탁기와 전자레인지 공장도 곧 일본으로 이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 中자국기업 육성-인건비 부담에 외국기업들 떠나 ▼

한국, 불붙은 中투자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自國)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 아래 외국 기업을 적극 유치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자국 기업을 키우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또 중국 임금수준이 빠르게 오르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로서의 이점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무협도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 기업의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엔화 약세와 중국의 임금 상승,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유턴 정책 등에 힘입어 일본 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일본 기업의 움직임을 주목하면서 중국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지부장은 “중국 내 한국 기업들도 한중 FTA의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겠지만 일본 기업의 움직임을 참고해 중국 내수 사업 확대에 나서는 등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정세진 기자
#중국#투자#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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