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이 핀테크 ‘키다리 아저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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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IT-유통-게임업체 손잡고 사업모델 발굴-간편결제 서비스
우수 핀테크 기업 투자도 나설듯… 일각 “정보 공유엔 소극적” 지적도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스타트업과 금융회사들의 네트워킹을 돕기 위해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내 핀테크 지원센터에서 개최된 ‘제1차 데모데이(Demo-day)’. 25개 금융사가 참석한 가운데 핀테크 기업들이 홍채 인식을 활용한 본인 인증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을 시연했다. ‘될성부른 떡잎’을 찾고자 현장을 찾은 금융사들은 예리한 눈길로 이에 집중했고, 실제로 시연이 끝난 뒤 10여 개 금융사는 앞다퉈 핀테크 기업과의 일대일 멘토링을 신청했다. 알짜 핀테크 스타트업에 자금 조달 등과 관련해 조언하면서 업무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취지였다.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 육성에 나서고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손을 잡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알리페이, 페이팔 같은 간편 결제서비스가 확산되는 데다 금융당국이 인터넷 전문은행과 비대면(非對面) 실명 확인 방식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의지를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 금융회사-IT 기업-유통업체 이종 합종연횡

금융권 밖 기업들과의 합종연횡은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통신사와 포털, 게임회사에 이르기까지 제휴 기업은 물론이고 결제서비스에서부터 담보물 위치추적서비스까지 제휴 영역도 다양하다. 우리은행은 KT와 ‘사물인터넷 및 핀테크 공동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리은행은 KT의 위치기반서비스를 활용해 자동차나 공장 설비 등 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지금은 집이나 땅 등 움직이지 않는 부동산 담보가 대부분이지만 위치정보만 제대로 파악되면 동산 담보대출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구상을 세웠다.

하나은행은 다음카카오와 핀테크 사업 모델 발굴과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모바일 게임회사인 선데이토즈와 손잡았다. 유통업계와의 제휴도 활발하다. 신한은행은 현대홈쇼핑과 제휴하고 홈쇼핑 방송을 보다가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는 TV 전용 간편 결제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SK플래닛, LG유플러스와도 핀테크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핀테크 기업 출자도 모색

우수 핀테크 기업을 선점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핀테크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해 각각 신한 퓨처스랩(Future‘s Lab)과 KB핀테크허브센터를 개설했다. 기업은행은 간편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와 아예 직접 업무지원 협약을 맺었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금융사가 출자할 수 있는 핀테크 기업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어서 금융사들의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에도 법적으로 금융업과 관련된 회사에는 15%를 초과하는 지분투자를 허용해 왔지만 금융업 관련 회사의 범위가 애매해 출자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기업은행 시석중 부행장은 “정부 방침에 따라 몇몇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단, 신중하게 옥석을 가려야 하기 때문에 투자까지 이어지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핀테크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아직도 보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여주기식 업무협약에만 치중할 뿐 핀테크 기업들과의 실질적인 정보 공유나 협업에는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이야기다. 특허평가 관련 기업인 위즈도메인의 김잔디 영업본부장은 “아직까지는 금융회사들이 자신들의 정보를 공유하는 데 조심스러워하는 편이라 협력에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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