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들 엔低 타고 日로 우르르… 한국, 700만명 유치 ‘비상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韓日 중국인 관광객 모시기 경쟁

지난달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 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관광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한일 간 ‘유커 모시기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관광대국의 명성을 되찾고자 하는 일본은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정부 차원에서 각종 규제 완화와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도 관광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역대 최다 유커(612만 명)를 유치했던 한국에는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일본 관광산업의 회복세를 예의주시하며 올해와 내년 ‘한중 방문의 해’를 맞아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다.

○ 유커, 한국인 제치고 일본 가장 많이 방문

18일 일본관광청이 발표한 통계 따르면 올 2월 한 달간 일본을 방문한 유커 수는 역대 최다인 35만91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만8236명)보다 159% 늘어난 수치다. 규모면에서 일본 관광업계의 최고 ‘큰손’이었던 한국관광객(올 2월 방문객 32만1600명)은 이번에 처음 유커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일본관광청은 “엔화 약세가 쇼핑이 목적인 개별 관광객의 방일(訪日) 욕구를 높였다”며 “1월 19일부터 개인 관광객의 복수비자 유효기간을 연장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2010년까지 일본은 홍콩 대만과 함께 유커들의 인기 관광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11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유커의 일본 방문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일본을 방문한 유커 수는 2010년 141만 명에서 103만 명으로 줄었다.

일본을 찾는 유커가 늘어난 표면적인 이유는 엔저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관광대국 부활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올 초 비자정책을 완화한 일본 정부는 4월부터는 각 지역에 임시면세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령을 고쳤다. 그동안 국제정치의 영향으로 묶여 있던 일본 방문의 수요가 풀리면서 중국에서는 일본 관광 상품이 대대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과 한국, 일본을 연계하는 크루즈 노선이다. 중일 관계가 악화되자 한국만을 거쳐 가던 크루즈 선박들이 최근 들어 일본으로까지 항로를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 서울-제주 편중된 여행상품 숙제로

올해 유커 유치 700만 명을 목표로 세운 우리 정부는 절대적인 수에서 한국이 여전히 일본을 앞서고 있는 만큼 올 한 해 유커를 대상으로 의료관광과 한류의 홍보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 수는 역대 최고치인 612만6865명이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유커 수는 51만6787명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8.4% 증가했다.

하지만 관광 인프라가 풍부한 이웃나라 일본이 유커 모시기에 발 벗고 나선 것은 한국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장유재 모두투어인터내셔날 대표는 “수익이 별로 없는 저가(低價) 한국여행 상품들은 최근 중국 여행사마저 꺼리는 반면 일본은 지자체가 나서 합리적인 가격에 여러 지역을 연계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며 “서울과 제주에만 여행상품이 편중된 한국이 지역 곳곳에 관광 콘텐츠를 확보한 일본과 경쟁하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서영춘 중국팀장은 “유커의 달라진 여행 방식에 맞춘 개별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서울이 아닌 다양한 지역에도 관광 인프라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한중 방문의 해’를 맞아 올해 중국 시안과 선양에서 의료관광과 한류를 홍보하는 대형 판촉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염희진 salthj@donga.com·김현수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