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는 자만이 생존… 사소한 이력도 기록해뒀더니 재취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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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여성 2人의 재취업 성공기

경력단절여성에서 재취업에 성공해 다시 워킹맘이 된 이명희 씨(왼쪽)와 안현정씨.
경력단절여성에서 재취업에 성공해 다시 워킹맘이 된 이명희 씨(왼쪽)와 안현정씨.
“요즘 신조어인 ‘경단녀(경력단절여성)’라는 단어에 불만이 많습니다. 직업을 잠시 놓고 육아라는 또 다른 경력에 집중하고 있을 뿐인데 단절이라뇨. 대신 ‘경력이동여성’이라는 표현은 어떨까요.”(이명희 씨·45)

최근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가 경단녀의 재취업 성공수기를 담은 두 번째 사례집을 출간했다. 여성가족부와 로레알코리아가 후원하는 취업 성공수기 공모전에는 매년 수십 명이 지원해 자신의 취업 성공담을 공유하고 있다.

올해 대상(로레알상)을 탄 이 씨는 2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2년간 전업주부로 살다 올 3월 서울 종로구청 일자리센터 시민일자리 설계사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장려상을 탄 안현정 씨(42)는 현재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사진강사와 온라인 마케터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세상은 넓고 내가 일할 곳은 분명히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면 누구든 재취업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경력단절여성에서 경력이동여성으로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인터뷰하는 틈틈이 인터뷰하는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이유인즉슨, 향후 이력서에 쓰게 될지 모를 한 줄을 위해서다. 이 씨는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라는 뜻의 ‘적자생존’의 법칙을 재취업 성공비결로 꼽았다. 사소한 이력이나 경험도 꼼꼼히 기록해 향후 재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이 씨는 “주변의 많은 전업주부들이 ‘나는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다’는 얘기를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자원봉사활동도 이력서에 한 줄로 적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워킹맘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지만 두 사람의 재취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힘든 점은 경단녀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자신감 부족이었다. 이 씨는 “한 기업의 과장이었다가 동네 아줌마로 전락했을 때 그 상실감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세 아이의 엄마로 성공한 줄 알았는데 막내아들이 분리불안 증세가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아기가 손톱을 물어뜯는 바람에 몇 년간 손톱을 깎아주지 못했다는 것도 몰랐죠. 그 죄책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걸 극복 못하면 영원히 사회로 나올 수 없어요.”

안 씨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세상과 단절되고 나만 도태된 것 같은 우울함을 떨치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그렇게 만든 것은 ‘육아=경력단절’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나 자신”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육아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아란 아이를 사회의 훌륭한 재목이 될 수 있도록 키우는 활동인 만큼 어엿한 경제활동으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씨는 “육아를 위한 잠깐의 쉼을 폄하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 “잠깐의 쉼을 폄하하지 말라”

남편과 함께 스튜디오를 운영하다 출산하면서 그만뒀던 안 씨는 다시 일을 하며 스튜디오 사장, 온라인 마케터, 사진강사 등 직함이 3개로 늘었다. 육아를 하면서 틈틈이 재취업을 위해 필요한 강의를 들었던 덕분이다.

무엇보다 육아와 살림의 경험을 일에 접목했다. 아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덕분에 돌스냅 촬영이 예전보다 수월해졌고 자신의 육아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방문자도 늘고 매출도 늘었다. 보험 차원에서 들었던 평생교육강사 양성과정 수업 덕분에 사진강사라는 뜻하지 않은 직업도 생겼다. 안 씨는 “사소해 보이는 육아나 살림 능력도 분명 쓰임새가 있다”며 “이를 자신의 직업과 결부해 재능으로 발전시키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이 씨 또한 재취업을 위해 틈틈이 준비했다. 종로여성인력센터에서 직업상담사 실무과정을 배우며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이후 이곳에서 커리어코치 양성과정을 들으며 인맥을 형성하고 강사를 멘토로 삼아 취업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정부나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경단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찾아 나설 것을 조언했다. 버스비만 들이면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예로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는 로레알코리아와 함께 2011년부터 디지털 마케터, 경영실무자,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실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4년간 총 261명이 이 프로그램을 수강해 201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경력단절여성#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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