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IT실험… SSG페이 간편결제 가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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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유통의 결합’ 본격 시동

신세계그룹이 5월 간편 결제 서비스 ‘SSG페이’를 내놓고 모바일 결제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SSG페이는 지갑처럼 신용카드, 상품권, 현금을 넣어놓고 신세계 계열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SSG페이는 시작일 뿐이다. 신세계는 올해 본격적인 정보기술(IT) 실험을 감행한다. 당장 올해 한국에 상륙하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의 한판 승부도 준비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여러 차례 강조해온 IT와 유통의 융합을 실현할 수 있도록 조직, 인재, 투자 전 영역에 ‘IT DNA’를 심으려 하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2010년 임원회의에서 “페이팔(이베이의 결제 서비스)로 이베이에서 물건을 사보라”고 권하는 등 임직원들이 IT 분야에 관심을 가지도록 독려해 왔다. “신세계의 미래를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찾아야 한다”고도 강조해 왔다.

김장욱 신세계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및 신세계I&C 대표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세계적인 전통 유통기업들이 IT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아마존과의 정면승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며 “온·오프라인 구별 없이 소비자가 가장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IT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고객 편의성으로 승부

신세계는 결제 서비스 개발을 위해 지난해 4월 그룹 전략실 산하에 ‘플랫폼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1년여를 준비해 왔다. 지난해 말에는 이 조직을 신세계그룹의 IT 자회사인 신세계I&C로 옮겼다. 올해 상반기에 선보일 ‘삼성 페이’와의 격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신세계는 단말기(애플 삼성), 운영체제(구글), 고객층(다음카카오)을 보유한 기업들에 맞서 가맹점(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조선호텔, 면세점 스타벅스, 아웃렛, SSG닷컴 등)을 내세워 서비스와 고객 편의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굵직한 가맹점을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매장과 결제 서비스와의 ‘궁합’이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 현금, 모바일상품권, 신세계 멤버십 카드를 한번에 쓸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10만 원짜리 물건을 살 때 모바일상품권으로 2만 원, 신용카드로 8만 원 등으로 나눠 결제할 수도 있다.

SSG페이의 궁극적인 목표는 ‘마케팅’이다. 그래서 사업 본부장이 이마트 마케팅 담당 출신이고 사업본부 이름에는 ‘플랫폼’이 붙었다. 결제 서비스를 그룹 차원의 ‘마케팅 플랫폼’ 사업으로 만들어 계열사들과 유기적으로 연계하겠다는 계획이다. 가맹점을 통해 고객의 데이터가 쌓이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양한 맞춤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SSG페이에 위치 기반 서비스를 붙이면 부산을 여행 중인 고객에게 ‘부산 센텀시티 백화점’의 할인 행사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 ‘S-랩’ 신설, “아마존에 도전”

신세계에 IT 인재들의 ‘실험실’도 생겼다. 올 1월 대외적으로 ‘조용하게’ 신설된 S-랩이다. 미국 아칸소 주 중소도시인 벤턴빌에 본사가 있는 월마트가 IT 인재 영입을 위해 실리콘밸리 인근 샌프란시스코에 세운 ‘월마트 랩스’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모바일, 소셜,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위치기반 서비스, 로보틱스 등 유통과 결합할 수 있거나 신사업이 될 수 있는 모든 신기술을 연구한다. 현재 S-랩 소속 엔지니어는 5명이지만 연말까지 20∼3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외부 기술 도입을 위해 벤처 투자 및 인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우수한 인재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1년 정도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상상력을 발휘해 연구에 몰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년 전부터 IT 인재들도 속속 신세계에 안착 중이다. 지난해 말 CIO이자 신세계I&C 대표에 오른 김 대표는 SK텔레콤과 SK플래닛을 거쳐 2013년 6월 영입됐다. 다음 출신 최병엽 S-랩장, SK홀딩스 출신 손정현 신세계I&C 지원담당 상무도 각각 지난해 말, 올해 1월 신세계에 들어 왔다.

또 신세계그룹은 이달 주주총회에서 IT 전문가 사외 이사를 2명 선임할 예정이다. 사물인터넷 전문가인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이마트), 조원규 전 구글코리아 기술개발 총괄 사장(신세계I&C)이 후보에 올랐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정용진#SSG페이#신세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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