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증시 연일 사상최고치… 글로벌 유동성 장세 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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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개월만에 2000돌파

코스피가 2,000 선을 돌파한 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2,001.38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9월 30일(2,020.09) 이후 5개월 만에 2,000 선 고지를 넘어섰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코스피가 2,000 선을 돌파한 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2,001.38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9월 30일(2,020.09) 이후 5개월 만에 2,000 선 고지를 넘어섰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국의 코스피가 약 5개월 만에 2,000 선을 돌파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축포’를 쏴 올리고 있다. 그동안 세계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악재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데다 중국의 금리인하, 유럽의 양적완화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 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봄바람을 맞은 대외 여건과 달리 국내 경기의 회복이 더딘 데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도 뚜렷하지 않아 코스피가 2,000 선에 안착하는 데에는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외국인의 귀환, 코스피 2,000 돌파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4.57포인트(0.23%) 오른 2,001.38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000 선 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9월 30일(2,020.09)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2,000 선 아래로 주저앉은 코스피는 국제유가 급락과 그리스·러시아발(發) 악재에 1,900∼2,000 사이의 답답한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다 지난달 초 1,870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투자가들이 최근 다시 귀환하면서 2,000 선을 돌파했다. 7일째 순매수 행진을 이어간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900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3.83포인트(0.62%) 오른 625.64로 마감하며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은 ‘나 홀로 매수’에 나서 18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동안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와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등의 불안 요소가 완화돼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인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다 이달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추가 양적완화를 시작하는 데다 중국까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주말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또 인하하면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 선진국 증시 무더기 기록 경신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 증시의 상승세는 한국보다 훨씬 더 뜨겁다.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0.86%, 0.61%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 치웠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또한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3월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5,000을 돌파했다.

ECB 양적완화의 직접적 수혜를 보는 유럽에서는 독일 증시가 0.08% 상승하며 지난달 26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갔다. 영국 증시는 이날 소폭 하락세를 보였지만 추세적으로는 지난달 말 15년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증시도 지난달 중순 1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뒤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증시 상승세에서 소외됐던 한국 증시가 2,000 선을 돌파하며 글로벌 증시 훈풍에 올라타기는 했지만 꾸준한 상승 랠리를 이어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주요 증시는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과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상승 동력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한국은 이런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현재로서는 ECB 양적완화, 삼성전자의 강세 등 여러 조건이 긍정적이어서 2,000 선 회복이 가능했지만 안착을 위해서는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 개선 등 충족돼야 할 조건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은 단비이지만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이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딱히 매력도가 크지 않은 데다 미국 금리인상 같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박스권을 탈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민우 기자
#미국#유럽#증시#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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