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부가세 올리고 법인세는 인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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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OECD 세율 움직임 살펴보니…
34개국중 한국 등 20곳 ‘부자증세’… 소득세 최고세율 4년새 1.9%P 상승
부가세 19개국 올려 평균 19.2%… 법인세는 12개국이 최고세율 낮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높여 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법인세는 재정 여건이 취약한 국가들을 빼면 상당수 국가들이 치열한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23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세제개편 동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OECD 34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2009년 이후 소득세 최고세율을 높였다. 여기에는 한국(3.3%포인트)을 비롯해 프랑스(8.7%포인트) 영국(5.0%포인트) 미국(4.4%포인트)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OECD 평균 소득세 최고세율(2013년 기준)은 43.3%로 2009년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은 ‘부자 증세’를 실시했음을 뜻한다.

이와 달리 OECD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은 0.4%포인트(2009년 25.7%→2014년 25.3%) 떨어졌다. 세율을 낮춘 국가는 영국(7.0%포인트) 캐나다(4.7%포인트) 등 12개인 반면 인상한 나라는 아이슬란드(5.0%포인트) 포르투갈(5.0%포인트) 등 8개국에 그쳤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30%를 상회하는 국가들이 자국 내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2010년 이후에도 세율 인하를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법인세는 국가 간 조세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라며 “법인세를 낮춰 국내 기업이든지 외국 기업이든지 법인 활동이 자국 경제 내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추가 투자가 발생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실제 핀란드(6.0%포인트) 스웨덴(4.3%포인트) 등 북유럽 복지국가들조차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 인하에 나섰다.

법인세를 제외한다면 소득세와 부가세를 손대야 하지만 실효성과 국민적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2013년 41.8%로 34개 OECD 국가 중 상위 23위로 낮은 편에 속한다”며 “고소득자에게 최고세율을 상향조정해 부족한 세수를 채우고 재정 지출이 제대로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소득자 가운데 40%가량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 개세주의 차원에서 면세 대상 축소가 병행돼야 조세 형평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소득세를 건드리더라도 근로소득이 아닌 자본소득, 그중에서도 이자소득이나 주식 양도 차익으로 인한 소득에 대한 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영국이 이자소득세를 40% 넘게 매기고 있지만 한국은 15.4%에 불과해 세율 인상의 여지가 있다”며 “주식 양도로 발생하는 차익에 대해선 대주주에게만 과세를 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충분히 과세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가세와 관련해 보고서는 “부가세는 보편적 세원으로 세율 인상 시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중장기 재원 확보 차원에서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국회 보고서 “부가세 인상이 경제부작용 최소화” ▼

일부선 “자영업 큰 타격” 우려… OECD 세율 동향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 볼 때 소득세와 법인세보다는 부가세 인상이 재정지출 증가에 대한 대안으로 적당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OECD 평균 부가세율은 17.7%에서 19.2%로 올라 5년새 1.5%포인트 올랐다. OECD 34개 국가 중 절반이 넘는 19개국이 인상했다. 앞서 OECD는 9일 내놓은 ‘구조 개혁 평가 보고서’에서 부가세, 환경세, 재산세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섣부른 부가세 인상 시도는 여론의 반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정부 역시 ‘통일 대비용’과 같은 명분이 없는 한 정치권이 총대를 메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과거 일본 등의 예를 보면 부가세 인상을 시도할 경우 정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가 더 진행되기 전인 지금이야말로 부가세 인상의 적기라는 주장이 있지만 지금 같은 경기 침체기에 부가세를 올리게 되면 자영업자들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내수 침체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소득#부가세#법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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