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하나은행장에 김병호… 첫 60년대생 행장 “외환은행과 원뱅크 기반 다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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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재무능력 탁월한 ‘정통파’… 서울은행 인수-지주회사 설립 주도
초대 통합은행장 구도 지각변동

“조직을 추스르고 영업력을 회복해 원뱅크로 가기 위한 튼튼한 기반을 다지겠다.”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선임된 김병호 부행장(54)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외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위한 준비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행장은 “통합은행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담당하겠다”고도 했다.

하나은행은 9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단독 후보로 추천한 김 부행장을 신임 행장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외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가 ‘젊은 행장’의 어깨에 놓였다.

김 신임 행장은 1961년생으로 현재 은행권 행장 가운데 가장 젊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 신임 행장이 선임된 것에 대해 전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44세에 하나금융지주 상무로 선임되며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 된 그는 2012년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이 선임될 당시 유력한 행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 행장은 하나금융에서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하나금융 내에서도 주류로 꼽히는 한국투자금융 출신 ‘정통파’로 이미 오래전부터 최고경영자(CEO)가 되기 위한 후계자 수업을 거쳤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전략과 재무 분야의 전문성은 그룹 내 최고 수준이다. 2002년 서울은행 인수와 2005년 하나금융지주회사 설립, 2010년 외환은행 인수전 등 하나금융의 외연을 넓힌 거의 모든 과정에서 실무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서울대 영문학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으로 뉴욕지점장까지 거친 김 행장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론스타와의 협상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하나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경영관리그룹, 마케팅그룹 담당 부행장을 거쳤고, 지난해 11월 김종준 전 행장이 “양행 통합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사퇴한 이후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외환은행과의 통합절차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중대한 위기에 봉착한 두 은행의 통합에 김 행장이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주와 외환은행이 통합의 당사자인 만큼 김 행장은 외환은행과의 통합작업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하나금융그룹의 숱한 인수합병(M&A) 과정에 주요한 역할을 해온 만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지근거리에서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하나금융은 이우공 전 하나금융 부사장 등 통합작업을 이끌어온 임원들이 ‘통합절차를 6월 말까지 중단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새롭게 판을 짜는 상황이어서 김 행장이 어느 정도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 행장의 등장으로 외환은행과의 통합 이후 통합은행장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유력한 통합행장 후보로 꼽혀왔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데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651억 원으로 전년보다 17.8%나 하락하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환은행과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외환 출신이 초대 통합은행장을 맡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김 행장이 선임되면서 두 행장의 경쟁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하나금융그룹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이번 주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이의신청보다는 이후 항고 여부에 오히려 관심이 쏠린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곧바로 항고할 수 있다. 고등법원 재판부에서 다시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하나금융의 실적 악화와 금융권의 경영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통합의 필요성이 커진 만큼 항고 결과는 쉽게 속단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하나은행#외환은행#원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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