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요율제 복병 만난 ‘반값 복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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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주요 쟁점으로 급부상
“요율서 ‘이하’ 빼야 분쟁 줄어”… 공인중개업계, 지자체 압박 나서
“주택거래 다양해 일률 적용 부당”… 소비자단체는 도입에 반대

‘0.5% 이하 vs 0.5%.’

올해부터 부동산 거래 시 중개보수를 기존의 절반 이하로 내리는 정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들이 요구하고 있는 ‘고정요율제’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공인중개사들은 특정 요율 이하에서 부동산 거래자와 공인중개사가 협의하도록 하자는 정부안 대신 특정 요율로 고정하는 고정요율제를 강하게 요구하며 중개보수 조례안을 통과시키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주택별로 거래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중개보수 비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 부당하다고 비판한다.

2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에 따르면 4일 열릴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 조례안 심의에서 고정요율제가 주요 쟁점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도시환경위의 한 의원은 “영세한 공인중개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정요율 적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해당 조례안을 논의하는 첫 지자체라 다른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개보수를 낮추도록 지자체에 조례 개정 권고안을 전달하며 매매가 6억 원 이상∼9억 원 미만은 ‘0.9% 이하 협의→0.5% 이하’로, 전세금 3억 원 이상∼6억 원 미만은 ‘0.8% 이하 협의→0.4% 이하’로 가이드라인을 줬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중개보수 인하안을 논의하더라도 요율에서 ‘이하’ 부분을 빼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와 중개사무소 간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들은 고정요율제 주장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이 소비자와 협의해서 중개보수 요율을 정할 경우 수익이 낮아질까 봐 고정요율을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장은 “부동산 거래 형태가 워낙 다양한데 고정요율을 정하면 중개사들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중개보수를 받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활발해지고 있는 최근 부동산 중개 시장의 분위기에 역행하는 움직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은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온라인 부동산 중개 서비스 등 시장이 다양해지면서 경쟁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고정요율은 이런 시장의 분위기에 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달과 다음 달 조례안 심의를 앞둔 지자체들은 공인중개업계와 소비자단체의 눈치를 보며 개정을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의회의 한 의원은 “도민들은 중개보수를 낮춰달라고 하고 공인중개사 업계는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고 호소하고 있어 차라리 이달 말 서울시의 결정을 지켜보고 결정하는 게 낫겠다 싶다”고 털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인중개업계와 시민 간에 의견 대립이 심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답을 찾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경기도와 서울시의 결정을 참고해서 같은 방향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조례안 개정이 늦춰지면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이 정부가 작년에 중개보수를 개편했는데 왜 빨리 시행하지 않는지 계속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100채 이상 아파트 단지 중 전세금 3억 원 이상∼6억 원 미만의 고가 전세 아파트는 2000년 0.8%에서 2013년 25.4%로 급증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고정요율제#복병#복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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