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호텔은 조개구이집이 아닙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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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희진·소비자경제부
염희진·소비자경제부
호텔을 더 지어야 한다는 정부 입장과 달리 비즈니스호텔 업계는 호텔 과잉 공급으로 운영난을 겪고 있다는 보도(본보 1월 27일자 B1면 참조 )가 나간 후, 침묵을 지켜온 호텔 관계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내 비즈니스호텔을 확장해온 롯데호텔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마당에 서울 중구 명동에 호텔을 짓는 게 맞는 일인지 문의해 오는 중소 규모 호텔 운영자도 있었다.

최근 만난 한 호텔 대표는 국내 호텔 사업을 확장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털어놨다. 서울 명동에 4개 비즈니스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그는 “아침에 눈뜨면 명동에 들어서는 게 호텔인데 더이상 ‘레드오션’에 발을 디딜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 대신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호텔 업계가 서울 시내 호텔이 포화를 넘어 난립이라고 주장하는데도 정부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숙박시설 부족→호텔 추가 공급→고용 창출 및 경제 부양 효과라는 논리다. 정부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객실 5000개를 늘리면 2017년까지 1조2000억 원의 투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호텔을 더 지어야만 할까. 호텔 업계는 “관광산업은 국제정세에 민감한데 지금 필요하다고 시설을 잔뜩 지어 놓으면 어떡하냐”고 우려한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자 일본인 관광객이 줄었고 2013년 중국의 새 여행법이 시행되자 ‘중국인 여행객’ 특수를 누리던 주변국이 타격을 입었다.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전제부터 틀렸다.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호텔(특1급∼3급)은 정부의 말대로 부족할지 모르나 호텔이라는 간판을 걸고 운영되는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등 대체 숙박업소는 점점 늘고 있다.

한 특1급 호텔의 총지배인은 비즈니스호텔을 늘리는 것이 과연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었다. 비즈니스호텔은 서비스를 최소화해 고용 인원이 특1급 호텔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그는 “한때 유행했다 사라진 조개구이집처럼 ‘무늬만 호텔’이 우후죽순 생기면 서비스 질이 하락하고 국가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희진·소비자경제부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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