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업 최소자본금 절반이상 낮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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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IT-금융 융합지원 방안’ 발표

정부가 27일 발표한 ‘정보기술(IT)·금융 융합지원 방안’은 그동안 당국의 보호를 받아 온 은행업에 정보기술(IT)·벤처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은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금산분리와 대면(對面) 실명확인 등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촘촘한 규제망 때문에 금융업의 발전이 지체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부의 이런 계획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반대와 기득권 세력의 저항 등 적지 않은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 금산분리 규제 완화, 일본식 모델 검토

금산분리 완화 계획을 공식화한 정부는 현재 민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터넷전문은행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선 현재 4%로 묶여 있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의결권 제한을 일본처럼 최대 20%까지 풀어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0년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한 뒤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열고 있다. 산업자본이나 비(非)은행 금융회사가 직접 설립한 경우도 있지만 은행과 통신·포털업체가 제휴한 형태도 눈에 띈다.

정부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한국과 사정이 비슷한 일본 모델을 가장 많이 참고하고 있다”며 “지분 규제는 풀어주되 사후 책임을 그만큼 강화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사(私)금고화를 막기 위해서는 업무 범위를 소매금융만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또 은행법 자체를 고치기보다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을 따로 만들어 법 개정의 장벽을 우회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설립 주체의 자격 요건도 검토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의 은행 진출을 막기 위해 30대 그룹은 허가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 시장진입 유도

금융당국은 이 밖에 과도한 사전 심사와 세세한 보안규정이 금융회사의 서비스 개발을 막아왔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현행 규제를 ‘사후 책임’ 중심으로 바꿔 나가기로 했다. 보안성 심의와 인증방법 평가제도를 폐기하는 등 사전 규제를 최소화해 금융회사가 획기적인 서비스를 자유롭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하되 만약 사고가 터지면 확실히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또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금융회사뿐 아니라 IT 회사도 공동 책임을 지도록 하고 현행 1억∼2억 원에 불과한 전자금융업자의 책임이행보험 가입 최저한도를 높이기로 했다. 금융사와 IT기업 간 보다 적극적인 제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전자금융업의 진입 장벽도 확 낮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세부 업종별 5억∼50억 원으로 돼 있는 최소 자본금 제한을 현재의 5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더 많은 IT·금융 신생 기업의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서다. 전자금융 규제를 이처럼 큰 폭으로 바꾸는 것은 전자금융거래법이 시행된 2007년 이후 8년 만이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전자결제 수단에 대한 규제도 완화한다. 먼저 기명식 선불 전자지급수단은 충전한도 제한을 폐지하고 1일, 1월 이용한도(1일 200만 원, 1월 500만 원 등)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바꾼다. 직불 전자지급수단도 현행 30만 원인 1일 이용한도를 200만 원가량으로 확대한다. 이 방안이 도입되면 뱅크월렛카카오나 기명식 티머니 등에 한도 없이 돈을 미리 넣어둘 수 있게 된다. 또 옐로페이, 페이팔 등 직불 전자지급수단도 1일 이용한도가 200만 원으로 확대돼 모바일을 통한 쇼핑 결제가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유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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