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빚으로 지은 집, 한국경제에 보내는 경고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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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사례와 국제적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아주 분명한 패턴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경제적 재앙에는 언제나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라는 현상이 선행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빚으로 지은 집(아티프 미안, 아미르 수피·열린책들·2014년) 》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작년 9월 말 106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풀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대출 받기는 더욱 쉽고 싸졌다. 정부는 사람들이 빚을 내서 집을 사고 돈을 쓰기를 바랐다. 어느 정도 정부 의도대로 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바라는 대로 경기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소득의 상당 부분을 빚 갚는 데 쓰다 보니 소비는 위축됐고, 경기불황의 골은 깊어졌다. 한국의 많은 집들이 ‘빚으로 지은 집’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한국에 보내는 경고장이다. 아티프 미안 프린스턴대 교수와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 교수는 실증적인 데이터를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대침체기’가 과도한 가계부채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 대출 담당자들이 대출을 좀 받으라고 집집마다 문을 두들기고 다녔다.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신용자도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너나없이 빚을 내 집을 샀다.

하지만 집값이 폭락하자 빚으로 지은 집은 쉽게 무너졌다. 집값 하락은 모든 사람에게 고통을 줬지만, 빚이 많은 저소득층에게는 특히 큰 부담이 됐다. 집값이 대출금 밑으로 떨어진 이른바 ‘깡통주택’에 살게 된 저소득층은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급격한 소비위축은 일자리 감소와 경기침체를 불러왔다. 2007년 3월부터 2009년 3월 사이 미국의 민간 부문 일자리 600만 개가 사라졌다.

저자들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 경제가 당면한 위험은 해외의 여러 역사적 사례에서 살펴본 경우와 유사하다”며 “주택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하거나, 가계가 추가로 대출을 받을 여력이 감소하면 한국 경제는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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