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트렌드]2014년 매출 8조원 돌파… 면세점은 불황도 면제

김호경기자 입력 2015-01-10 03:00수정 2015-01-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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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면세점 전쟁’ 왜?
요즘 국내 면세점은 불황을 모른다. 시내 면세점 가운데 매출 1위인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관광객 대다수는 중국인으로, 지난해 3분기(7∼9월) 롯데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53%에 이른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6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면세점. 롯데백화점 건물 9∼11층에 자리 잡은 면세점은 쇼핑하기에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매장 점원이 손님보다 많을 정도로 한산했던 백화점에 비하면 한 층 차이로 마치 딴 세상 같았다. 국내 화장품 매장들이 모여 있는 9층은 매장 사이 통로를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중국인 관광객이 특히 선호하는 화장품 매장에는 계산을 기다리는 중국인 관광객 2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중국인 천샤오린(陳曉琳) 씨는 “출장차 한국을 올 때마다 면세점에 들러 한국 화장품을 사간다”며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아 사달라고 부탁하는 지인도 많다”고 말했다. 이미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던 그는 “아직 쇼핑할 게 많이 남았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면세점만큼은 불황을 비켜 간 듯했다.

내수 불황 속 면세점이 ‘효자’

국내 면세점 시장은 불황 속에서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11월 말 기준 7조5000억 원. 2013년 연간 면세점 매출(6조8000억 원)을 이미 훌쩍 넘었다. 지난해 12월 매출까지 더하면 연간 면세점 시장 규모는 8조 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41개 면세점에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금액이 인천시 연간 예산과 맞먹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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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내 면세점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2010년 2조4500억 원이던 시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1월 기준 4조9000억 원으로 4년 만에 갑절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공항 및 항만 면세점 매출은 1조7200억 원에서 2조2800억 원으로 1.3배로 늘었다.

면세점 사업은 기업들에 높은 수익을 보장해 주는 ‘효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면세점과 호텔을 함께 운영하는 호텔롯데의 전체 매출 가운데 면세점 매출은 이미 80%를 넘었다. 호텔롯데 공시에 따르면 2008년 69.9%였던 면세점 매출 비중은 꾸준히 올라 2013년에는 82.7%를 기록했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면세점 매출 비중이 더 높다. 지난해 상반기(1∼6월) 기준 면세점 매출이 전체 매출의 89.2%였다.

국내 기업 키운 대박 상품의 요람

국내 제조기업들에 면세점은 대박 상품의 ‘요람’이다. 면세점에 입점해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얻기만 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육심원’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육심원은 동양화가 육심원 작가의 그림을 활용한 다이어리 가방 등을 만드는 브랜드로, 중국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으면서 면세점 매출이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면세점 매출은 전년보다 약 5배로 늘었다. 2012년 처음으로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에 입점한 지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매출 규모 면에서도 면세점 내 패션 브랜드 가운데 ‘톱3’ 안에 꼽힌다.

육심원 관계자는 “전체 매출의 60%를 면세점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며 “중국 연예인들이 한국 면세점과 직영 매장에 일부러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강조했다.

국내 화장품은 면세점에 입점해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업종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헤라’ 등을 보유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3분기(7∼9월) 면세점 매출 비중이 전체 19.5%로 처음으로 방문판매 매출 비중을 추월했다. 2013년 10%에도 못 미치던 LG생활건강의 면세점 매출 비중이 지난해 3분기 17.2%로 크게 늘면서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쿠쿠전자, 리홈쿠첸, 휴롬 등 소형 가전업체들도 면세점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세 브랜드의 매출이 면세점 가전제품 매출의 절반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의 의류 브랜드 ‘오즈세컨’, 제일모직의 ‘빈폴’도 지난해 면세점에서 매출이 크게 늘어난 브랜드로 꼽힌다.

중국인 관광객은 ‘귀한 손님’

면세점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원동력은 단연 중국인 관광객이다. 면세점 매출의 절반이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온다. 특히 ‘고급화’된 중국인 관광객의 쇼핑 성향이 면세점 매출 증대를 이끌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지출을 하는 쇼핑 장소가 면세점이었다.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 성향도 면세점 매출에 크게 기여했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쇼핑금액은 1400달러(약 154만 원)로 다른 외국인의 4배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612만 명.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면세점 시장도 동반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한국관광공사와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인 관광객은 1500만 명, 이들이 쇼핑에 쓰는 돈만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 업체들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국경절 경품행사 1등 상품으로 중국 선양(瀋陽) 롯데캐슬 아파트(56m²)를 내걸었던 롯데면세점은 이달 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에 맞춰 대규모 경품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춘제에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롤렉스 시계를 증정했던 신라면세점도 올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행사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확장 공사를 하고 있는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은 춘제에 맞춰 1차 오픈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향후 국내 면세점의 경쟁력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근 일본, 대만 등 인근 국가들이 면세점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현재 6000여 개인 면세점을 1만 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대만은 중국과 가까운 진먼(金門) 섬에 면세점을 내고 중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나섰다. 여기에 자국(自國) 관광객을 잡기 위해 중국 기업들까지 무서운 속도로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하이난(海南) 성에는 롯데백화점 본점 규모와 맞먹는 세계 최대 면세점이 문을 열었다.

정재완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아직 한국 면세점이 경쟁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주변 국가들이 전략적으로 면세점 사업을 육성하고 있기 때문에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며 “외국인도 인터넷으로 국내 면세점 물건을 바로 사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서비스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면세점#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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