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현대重 임단협, 끝내 골든타임 넘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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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또 7시간 부분파업

최예나·산업부
최예나·산업부
결국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17일 오전 9시부터 7시간 동안 파업을 했다. 지난달 27일 4시간 부분파업을 하며 ‘19년 무분규’ 기록을 깬 노조는 조선 3사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사측과 대립 중이다.

노사 모두 이날 정말 파업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기자는 어느 순간부터 노조도 파업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한 노조 관계자는 “파업은 교섭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사측의 태도에 따라 우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사측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퇴직자들이 피해를 본다. 노조도 이를 감안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16일 66차 교섭 때까지 노사 모두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노조는 추가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사측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파업 당일도 마찬가지였다. 사측은 소식지를 통해 “임금 부문은 회사의 여력이 없음을 수차례 말씀드렸다. 시간을 더 보내거나 파업 강도를 높인다고 나아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노조는 “회사가 평화롭게 대화로 끝낼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맞섰다.

노사 모두 올해 내로 임단협을 타결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 대의원대회 가결, 조합원 찬반 투표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번 주 안에는 잠정합의안이 나와야 한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노사 양측으로부터 “임단협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조금씩 양보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고 할까 봐 그냥 웃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은 말해야겠다. 사측은 추가 임금 인상안을 제시할 수 없다면 노조에 진심으로 이해를 구해야 한다. 노조는 임단협이 올해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 좋겠다. 노조 내부에서도 임단협이 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사측에 따르면 17일 파업에는 조합원 약 1만8000명 중 2000명만 참여해 1, 2차 때(각각 3000명, 2500명)보다 줄었다.

노사는 이미 많은 걸 잃었다. 무분규 전통이 깨졌고 파업으로 손실도 입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 간의 신뢰에도 금이 갔다. 세계 1위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회복하고 얼른 다시 우뚝 서려면 하루라도 빨리 대치 상황을 끝내야 한다.

최예나기자 yena@donga.com
#현대중공업#노동조합#임단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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