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엔진 꺼져가는 한국 경제… 구조개혁만이 돌파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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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2015년 성장률 전망치 3.8%→3.5%로 내려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3%포인트 내린 것은 한국 경제가 임시처방만으로 고칠 수 없는 ‘중병’에 걸렸다는 신호다. 내수 부진에다 유로존과 중국의 경기 부진이라는 대내외적 위험요인이 겹친 만큼 고통을 동반하는 구조개혁 없이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올해 한국 경제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을 기준으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1분기(1∼3월) 민간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7.3%에 이르렀다. 당시만 해도 장기불황이 끝나고 경제에 봄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2분기(4∼6월)와 3분기(7∼9월)의 작년 동기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이 1.5%로 감소했고, 4분기(10∼12월)에는 1.4%로 증가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KDI는 내년 민간소비가 연간 2.3%의 증가율로 다소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여전히 올해 1분기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의 투자의욕도 반감돼 1분기 7%대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3분기 4.3%로 감소한 뒤 4분기에는 ―0.3%로 후퇴할 것으로 KDI는 보고 있다.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4.7%에서 내년 3.3%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890억 달러로 올해(905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의 경상수지 흑자가 187억 달러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급성장세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보유액을 늘릴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최근의 흑자는 수출이 늘어서라기보다는 수입이 줄면서 생긴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기업들이 기계류 수입을 꺼리면서 성장잠재력이 잠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경기 부진에서 탈출하려면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압박인 셈이다. 낮은 물가상승세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임금인상률이 낮아지면 가계소득이 둔화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주장이다. 실제 가계소득이 감소하면 저소득층의 부채 상환 부담이 고소득층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통화당국이 물가관리 목표를 ‘2.5∼3.0%’ 범위에 놓고 관리하고 있는데 달성 의지가 있는 구체적인 수치 하나를 정해 놓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계속 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정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의 소득뿐 아니라 미래소득까지 감안해 대출가능액을 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소득이 증가하는 젊은 시절과 소득이 줄어드는 은퇴 시점에 원리금 상환액을 조정할 수 있어 중장년층이 은퇴 시점에 가계 부도를 맞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DI는 “유로존 경제의 장기 침체, 중국 경제의 급속한 둔화,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유가 급등 등으로 내년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낮은 회복세를 보일 수도 있다”며 “당분간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한국#경제#구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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