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제네릭 우선판매권’ 국내 제약사엔 되레 毒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박창규·소비자경제부
박창규·소비자경제부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기회를 일거에 없애버리는 행위입니다.”

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효령로 제약회관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그가 핏대를 세운 이유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약사법 개정 움직임 때문이다. 국회의원 일부가 ‘우선 판매품목 허가제’ 조항을 뺀 채로 법안을 발의하려는 것은 제약업계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것이다.

‘우선 판매품목 허가제’는 오리지널 약의 시판 후 조사(PMS) 뒤부터 특허 만료 시점 사이에 다른 제약사가 제네릭(복제약)을 처음 개발하면 이 업체에 한시적으로 우선 판매 기간을 주는 새로운 제도다. 제약협회는 이날 “이 제도가 시행돼야만 국민의 약값 부담이 줄어들고 의약품 선택권이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도가 시행되지 않는다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따른 우월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연구개발 의지가 꺾여 국내 시장은 다국적 회사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는 엄포도 놓았다.

실제 그럴까. 원안대로라면 한동안 시장에는 오리지널 약과 첫 번째 제네릭만 유통되는 결과를 낳는다. 일종의 과점(寡占) 시장이 형성되는 셈. 여러 종의 제네릭이 나올수록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약값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원안대로라면 이런 순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개정 법률안 발의를 준비 중인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우선 판매품목 허가제가 도입되면 일부 대형 제약사가 과다한 독점권을 갖게 되면서 가격 인하 효과를 보긴 어렵다”며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져 중소 제약사에도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중소 제약사는 “제약협회가 일부 의견을 전체 업계의 생각인 양 포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좀 더 빨리 제네릭을 내놓을 수 있는 일부 대형 제약사만 이득을 보는 제도라는 것이다.

문제는 우선 판매품목 허가제가 도입되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제약사도 동등한 혜택을 본다는 점이다. 국내 업체보다 수십∼수백 배 많은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출하는 업체들이 발 빠르게 국내에 제네릭을 먼저 내놓는다면 어떨까. 이 회장의 생각과 달리 우선 판매품목 허가제가 오히려 국내 제약사들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로 다가오지 않을까.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소비자들의 시선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절실해 보인다.

박창규기자 kyu@donga.com
#제네릭#우선판매권#제약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