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 시총 올해 15조 증발…최악의 시나리오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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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사들의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15조 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주 4개 종목의 주가가 연초 이후 전날까지 평균 35.9% 떨어졌다. 올 들어 이들 4개 종목의 시가총액을 합한 금액은 38조2903억 원에서 23조3255억 원으로 14조9648억 원 감소했다.

국내 조선주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자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6745억 원에 이르렀다. 전체 코스피 종목 외국인 매도 규모가 가장 컸다. 현대중공업도 올해 들어 외국인이 4621억 원 어치를 순매도해 코스피 종목 가운데 외국인들이 4번째로 많이 팔았다.

국내 조선업이 '수주 감소→실적 악화→신용등급 강등→자본조달 비용 증가'라는 악순환을 겪는 가운데 모건스탠리는 내년 국내 조선사가 또다시 저가 수주에 나서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조선사의 수주 감소 문제를 거론하며 최근 중국과 일본 등 전 세계 수주 잔량은 꾸준히 회복하고 있는데 한국만 유독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또 국내 조선사가 분기마다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줄어드는 수주 잔량을 만회할 만큼 신규 수주가 활발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의 연초 이후 신규 수주 금액은 약 209억 달러(약 21조736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9%), 일본(-29%), 전 세계(-19%)의 신규 수주 감소율을 크게 웃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상반기에도 국내 조선사의 수주 둔화가 계속되면 한국 조선업계가 선박가격을 인하해 저가 수주에 나서려는 유인이 생긴다"며 "이는 조선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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