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968.32원… 6년만에 최저치, 원-달러 환율은 하루새 11.9원 폭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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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화정책 전환따라 요동

추석 연휴 동안 각국의 통화당국이 서로 엇갈린 정책 신호를 보냄에 따라 11일 개장한 국내 외환시장이 심하게 요동쳤다. 유럽과 일본이 기존의 통화 완화 정책을 확대시키는 반면 미국은 금리 인상을 당초 예상보다 조기에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 외환당국은 이런 현상이 향후 원고(高)엔저(低), 즉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오는 상황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인 5일보다 11.9원 급등한 1036.1원으로 마감했다. 11일 환율은 연휴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있었던 달러화 강세 요인을 한꺼번에 반영해 8원 이상 급등한 채 장을 시작한 뒤 오후 들어 상승폭을 계속 넓혔다. 반면 이날 원-엔 재정 환율은 외환은행 고시 기준 100엔당 968.32원으로 5일보다 4원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보인 반면, 엔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 같은 엇갈린 환율 흐름은 최근 글로벌 통화정책이 전환기를 맞은 데 따른 것이다.

미국에서는 16, 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보고서는 9일(현지 시간) “투자자들이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해 이 같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양적완화 종료 후 상당 기간 저금리 유지’라는 선제적 정책 안내(포워드 가이던스) 문구를 없애거나 수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이 안내 문구를 삭제한다면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기존에 시장이 전망한 내년 중순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유럽은 통화완화 기조를 더욱 확대하는 양상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추석 연휴 직전인 4일 기준금리를 0.15%에서 사상 최저수준인 0.05%로 내렸다. ECB는 이와 함께 자산매입 등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곧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ECB의 전격적인 경기부양책은 연휴 기간 내내 유로화 약세 및 달러화 강세 현상을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 역시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7.1%(연율 기준)로 악화되면서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돈 풀기’ 기조가 엔화 약세를 촉발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11일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07엔대까지 올라섰다. 이는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이 중장기적으로는 원화의 나홀로 강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우리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다시 내려가게 될 것”이라며 “결국 원화 강세, 엔화 약세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환율#외환#글로벌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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