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줄고 재료비 오르고 같은 가게 수두룩… 영세상인들 아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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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없어 텅 빈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주인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상당수의 식당주들이 영업난을 호소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손님이 없어 텅 빈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주인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상당수의 식당주들이 영업난을 호소하고 있다. 동아일보DB
《 세월호 참사 여파 등에 따른 소비침체가 여전한 가운데 경기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골목식당 업주들은 1년 전보다 경영이 악화됐다고 입을 모았고, PC방과 목욕탕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근로자의 최저임금처럼 최저수익을 보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민간 소비는 전 분기보다 0.3% 감소해 지난해 1분기(1∼3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뒷걸음질쳤다. 자영업자들은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골목식당 76% “1년 전보다 장사 힘들어”▼

식재료값 상승이 가장 큰 원인
35%는 “업종전환-폐업 고려”… 후진적인 유통구조의 희생양

‘골목 식당’을 경영하는 업주 10명 중 7명은 1년 전보다 식당 경영 상황이 나빠졌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외식업중앙회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실이 올해 6월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외식업 경영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전보다 경영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한 응답자가 76.0%에 이르렀다. ‘1년 전보다 경영 상황이 좋아졌다’고 응답한 업주는 3.8%에 그쳤다. 특히 ‘경영 악화로 최근 1년간 업종 전환이나 폐점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경영주도 35.3%나 됐다.

이들 경영주는 경영 악화의 원인으로 ‘식재료 가격 상승’(77.3%·중복 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업종 간 과당 경쟁’(45.2%), ‘인건비 상승’(34.2%), ‘임대료 상승’(15.8%)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매출액에서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41.6%라고 답했다.

경영주들은 식재료 관련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해결책으로 ‘유통구조 단순화’를 통한 가격 절감(44.3%)을 꼽았다. 복잡하고 낙후된 유통구조가 식재료 가격 상승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은 “국내 식자재 유통은 6, 7개 단계를 거치며 유통 비용이 높아지고 식재료 가격 변동폭도 커서 골목식당이 후진적 식자재 유통구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정부는 식자재 유통의 후진성을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PC방 주인들 “시간당 500원… 출혈경쟁”▼

목욕탕도 12년새 25% 이상 폐업
“노동자들 최저임금 적용하듯 최소한의 생존가격 법제화 필요”


PC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한때 시간당 1000원이던 요금이 500원까지 떨어질 정도로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매장은 
임대료, 인건비 등도 충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내 한 PC방의 모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PC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한때 시간당 1000원이던 요금이 500원까지 떨어질 정도로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매장은 임대료, 인건비 등도 충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내 한 PC방의 모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유지에 필요한 ‘최소 소득’을 보장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소상공인협회에 따르면 이 단체 주최로 전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생존가격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자영업자들의 최소 소득 보장과 관련한 각종 논의가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PC방, 목욕탕 등 소상공인 중심 업종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생존을 위협할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 받는 ‘생존가격’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병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중앙회장은 “한때 시간당 1000원이던 PC방 요금이 500원이 될 만큼 가격이 비상식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학원 한국목욕업중앙회장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목욕탕 9700곳 중 2500여 곳이 폐업했다”며 “지역 상인들이 적정한 가격을 협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어려운 사정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가격 협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위배되고 자유로운 경쟁을 침해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적정 가격을 공급자가 결정하게 되면 시장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소상공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생존가격도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조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2010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소상공인 과반의 월평균 순이익이 100만 원을 밑돌 정도였다”며 “소상공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최소한의 가격지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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