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기회냐, 국내시장 잠식이냐… 자산운용사들 ‘亞 펀드패스포트’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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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연내 세부규정 확정 방침
회원국간 공모펀드 교차판매 제도… 중소형 운용사들 강력 반대가 변수

이르면 내년 2월부터 국내 투자자들이 아시아 각국의 펀드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국내외 자산운용사 간의 경쟁을 통해 수수료가 낮아지고 가입할 수 있는 펀드상품도 다양해져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거대 해외 운용사의 공세에 자칫 국내 자본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아시아 펀드패스포트(ARFP)’ 도입과 관련해 지난주까지 자산운용업계의 의견을 수렴했고 곧 금융당국에 보고할 계획이다. 당국은 업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아시아 각국과의 논의를 거쳐 연내에 세부 규정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2월 시범사업을 시작해 2016년 공식 출범한다.

펀드패스포트는 회원국 사이에서 단일 펀드 시장을 만들어 공모펀드를 교차 판매하는 제도. 일종의 펀드 자유무역협정(FTA)인 셈이다. 한 나라에서 펀드 출시 인가를 받은 펀드상품을 다른 회원국에서 간단한 등록절차를 거쳐 쉽게 판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운용사가 출시한 상품을 호주 증권사가 호주인에게 팔 수 있고, 반대로 국내 증권사와 은행도 호주 운용사의 인기 상품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할 수 있다. 한국 호주 싱가포르 뉴질랜드 4개국이 지난해 9월 도입의향서에 서명했고 일본 홍콩 태국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펀드패스포트가 도입되면 국내 자본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해외 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유럽 판매채널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었던 아시아 선진펀드에 쉽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채권에만 집중돼 있는 한국의 펀드시장에 호주의 주식형 펀드와 대체투자상품 등이 들어올 경우 국내 운용업계도 경쟁 과정에서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가 강한 중소형 운용사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대형사들도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운용사들이 공략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성장잠재력이 있는 국가는 아직 참여 대상이 아니고, 한국보다 경쟁력이 높은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만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안방 시장만 내줄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한국의 펀드산업 경쟁력도 펀드패스포트를 주도하는 나라들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펀드자산 규모는 20% 수준으로 호주(124%), 홍콩(417%), 싱가포르(475%) 등에 한참 못 미친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시장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체질을 개선하고 해외 진출을 도모할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금융당국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 등 국내 자산운용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자산운용사#아시아 펀드패스포트#AR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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