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우회로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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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심화-시장침체-원화강세 하반기 3大위협… 실력으로 넘어야”
현대-기아車 해외법인장 회의… 예정보다 1시간 이상 길어져
품질강화-현지 맞춤형 제품 주문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위협을 비켜 갈 수 있는 우회로는 없다”며 품질 강화와 현지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위협을 비켜 갈 수 있는 우회로는 없다”며 품질 강화와 현지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위협을 비켜 갈 수 있는 우회로는 없다. 우리의 실력을 키워 넘어서야 한다.”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대내외의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 품질을 강화하고 현지 맞춤형 제품과 마케팅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 년에 두 차례 열리는 이날 회의에는 정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임탁욱 현대차 해외영업본부장(부사장) 등 임원진을 비롯해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판매법인 50여 곳의 법인장 등 모두 6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이상 회의가 길어지는 등 올 하반기(7∼12월) 경영 여건이 쉽지 않을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우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올 상반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현대·기아차는 이 기간 국내외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4% 증가한 404만3415대를 판매했다. 특히 해외에서는 5.9% 늘어난 347만8217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 상황은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정 회장은 전망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 심화 △신흥시장 침체 △환율 하락 등의 ‘3대 위협 요인’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완성차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지난해 8106만 대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도 작년보다 3.6% 늘어난 8400만 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시장 선점 차원에서 올해에만 200만 대 정도 생산량을 늘리며 판매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가 중국 충칭에 중국 4공장을 짓고, 기아차가 멕시코 공장 신설을 추진하는 것도 글로벌 업체들의 증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는 현대·기아차가 경쟁력이 있는 신흥시장의 완성차 수요가 예상보다 커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러시아(―5.6%), 브라질(―5.1%), 인도(―3.0%) 등 주요 신흥국의 완성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모두 감소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대도시에서는 자동차 구매제한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원화 강세(환율 하락)도 현대·기아차에는 위험요소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매출은 약 4200억 원 줄어든다.

현대·기아차에 국내 시장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내수 시장은 2분기(4∼6월)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자동차 관세 추가 인하로 유럽산 자동차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위협적인 요소가 많지만 신차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해외 시장에서의 ‘제값 받기 전략’이 효과를 보이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강유현 기자
#정몽구#현대차#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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