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통화 1500만명… 이통3사 ‘접속료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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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점유율 따라 희비 갈려
수신통화량 많은 SKT 느긋… KT-LGU+는 ‘발등의 불’

직장인 이성락(가명·28) 씨는 최근 사귀기 시작한 여자친구와 매일 잠들기 전 거의 한 시간씩 통화를 한다. 예전 같았으면 전화 요금 걱정이 앞섰겠지만 이 씨가 1년 전 가입한 KT ‘완전무한 67’ 요금제 덕분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이 요금제는 음성통화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아무리 긴 통화를 해도 요금이 추가되지 않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지난해 3, 4월 잇따라 내놓은 무제한통화 요금제 가입자 수가 1500만 명을 넘어섰다. 덩달아 감소 추세에 있던 통화량이 다시 반등하고 있다. 이동통신업계는 겉으로는 “데이터 서비스에 밀리던 통화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반색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민에 휩싸였다. 상호 접속료 때문이다.

○ 스마트폰 가입자 10명 중 4명 ‘무제한통화’

7일 업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무제한통화 요금제 가입자는 SK텔레콤 850만 명, KT 413만 명, LG유플러스 285만 명 등 총 1548만 명으로 집계됐다. 출시 불과 1년 4개월 만에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약 5500만 명)의 28%, 스마트폰 가입자로만 따지면 10명 중 4명이 무제한통화 요금제에 가입한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요금제를 내놓을 때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공식 집계하는 국내 전체 이동전화 음성통화량(발신 기준)은 2011년까지 늘어나다가 2012년 감소 추세로 접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무제한통화 요금제 출시 후 다시 반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감소 추세였던 평균 음성통화량이 요금제 출시 이후 15% 가까이 급증했다”며 “롱텀에벌루션(LTE) 데이터 시대에도 여전히 음성통화가 중요하며 요금제 선택의 기준임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 망내외 무제한통화 요금제만 1000만 명


무제한통화 요금제 가입자 이 씨가 여자친구와 통화를 아무리 오래해도 이 씨에게는 요금이 추가되지 않지만, 이 씨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KT는 사정이 다르다. KT는 이 씨 여자친구가 가입한 SK텔레콤에 이 씨가 연인에게 전화를 거는 만큼 돈을 내야 한다. 발신 쪽 이통사가 수신 이통사에 내는 ‘상호 접속료’다.

상호 접속료는 2년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하는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고시)’에 따라 통신사를 오간다. 1분에 26∼27원의 소액이지만, 연간 전체 발신 통화량이 1000억 분을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 규모는 조(兆) 단위에 달한다.

1500만여 명의 무제한통화 요금제 가입자 중 1000만 명 가까이가 망내외(網內外) 무제한통화 요금제를 사용하면서 이통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망내외 무제한통화 요금제 가입자의 통화량이 늘어날수록 ‘들어오는 돈(요금)’은 그대로인데 ‘나가는 돈(상호 접속료)’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가입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KT와 LG유플러스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접속료를 대폭 내려야 손해를 줄일 수 있다.

반면 가입자 점유율이 과반이라 경쟁사로 향하는 발신 통화량보다 수신 통화량이 더 많은 SK텔레콤은 느긋하다. 이 때문에 KT와 LG유플러스 측은 점차 인하돼왔던 상호 접속료를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상호 접속료는 요금과 마찬가지로 망 투자비 회수에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이다.  

:: 망내(網內)·망내외(網內外) 무제한통화 요금제 ::

망내 무제한통화 요금제는 같은 이동통신사 가입자 간의 통화만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반면 5만∼6만 원대의 기본료로 비교적 고가인 망내외 무제한통화 요금제는 송·수신 가입자의 이동통신사가 달라도 추가 요금 없이 통화를 이용할 수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망내#망내외#무제한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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