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개방성이 주목받는 사회, 내성적인 사람은 불리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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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는 필수이지만 사교성은 선택이다. 누군가에게는 브로드웨이의 스포트라이트 밑이, 누군가에게는 등불을 켠 책상이 맞는 장소일 수 있다.” ―콰이어트(수전 케인·RHK·2012년) 》

외향성이 추앙받는 세상이다. 성공하려면 대담해야 하고, 행복하려면 사교적이어야 할 것 같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저녁식사 초대를 거절하며 죄책감을 느끼고, 사색을 즐기려고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 ‘외톨이인가’라는 옆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야 한다. 저자는 묻는다. 외향성이 매력적인 성격이긴 하지만 왜 모두가 외향적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본래부터 외향성이 각광받았던 건 아니었다. 저자는 이를 산업화가 불러온 현상이라고 말한다. 가족이나 이웃과 일하던 농업사회는 자제력 있고, 명예로운 사람을 추어올리는 ‘인격의 문화’가 지배했다. 그러던 것이 낯선 이들과 함께 일하는 거대 사회로 옮겨가며 타인에게 어떤 인상을 주느냐를 중시하는 ‘성격의 문화’로 변모했다고 분석한다.

현대의 경영이론은 창의성은 시끌벅적한 장소에서 나온다고 설파한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화이트보드가 있는 방에 우르르 몰려가 브레인스토밍할 것을 독려한다. 인터넷에서 집단지성으로 위키피디아와 같은 성취를 이뤘으니 사무실에도 이를 도입한다. 팀워크는 성스러운 것이고, 개방형 사무공간은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고독이 혁신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며 반기를 든다. 여러 실험 결과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보다 혼자 사고할 때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내더라는 것. 브레인스토밍은 친목에 목표를 두면 모를까 창의성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는다. 인터넷도 알고 보면 개인이 서로 다른 시간에 접속한 단독 작업들의 집합이라고 지적한다.

위인전은 새로 쓰여야 할지 모른다.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내성적인 성격 ‘덕분에’ 목표를 이뤄냈다고. 그렇다고 저자가 협력 자체를 관두라는 건 아니다. 그 방식을 세심하게 다듬으라는 얘기다. 직원들이 협업과 집중의 타이밍을 판단하게 해 주는 이동식 칸막이는 융통성 있는 사무실을 만드는 한 예가 될 수 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콰이어트#수전 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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