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은행들 수익성 급락 ‘나홀로 역주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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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뱅커誌 1000大은행 분석

지난해 세계 은행산업의 수익성이 6년 만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은 증가하기는커녕 계속 쪼그라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회복의 기조 아래에서 세계 각국의 은행들이 점차 소생 기미를 보이는 데 비해 한국의 금융업만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채 역주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은행의 수익성 저하는 일단 저성장, 저금리 등 은행업을 둘러싼 경제 여건 악화가 1차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무리한 출혈 경쟁과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등 국내적 요인도 만만찮게 작용한다는 평가다.

○ 뒤처지는 한국의 금융업


1일 영국 ‘더 뱅커’지의 세계 1000대 은행(자기자본 규모 기준) 순익 집계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전체 순익(세전 기준)은 9200억 달러로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의 순익 합계(7860억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선진국 은행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파생상품 같은 위험한 자산에 투자를 많이 했다가 수익이 크게 떨어졌지만 이후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경영 여건을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금융권에서는 산은금융지주가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한 것을 비롯해 우리금융(―67.1%) 하나금융(―34.2%) 기업은행(―24.8%) 농협금융(―22.6%) KB금융(―18.6%) 등 대부분의 지주사와 은행의 순익이 감소하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국내 은행들이 처한 상황은 금융의 후발(後發) 주자로 인식돼온 중국의 부상과도 대비된다. 지난해 글로벌 1000대 은행 가운데 중국 은행은 110개나 됐고, 이들의 순익 합계는 2925억 달러로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뱅커는 “20년 전만 해도 글로벌 톱 은행 1∼6위는 모두 일본이 휩쓸었지만 지금은 ‘톱10’ 가운데 하나만 일본계”라며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몰락은) 꾸준한 경제성장이 은행업 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 “다변화, 차별화 미흡”

이런 분위기는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1분기(1∼3월) 국내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 순이자마진(NIM) 등 경영지표들은 나란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앞으로도 동부그룹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은행들이 수천억 원대의 충당금을 쌓게 되면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순이익 감소는 단순한 수익 구조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은행들은 수익의 90%를 이자 수익에 의존하고 있어 저금리 기조에선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수수료 등을 통해 비(非)이자 수익을 올려보려 해도 금융당국의 촘촘한 규제에 막혀 여의치 않다. 한 시중은행의 부행장은 “미국은 단순히 계좌를 유지하는데도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는 등 다양한 수익기반이 있지만 우리는 당국의 규제도 세고 금융업에 대한 국민 감정도 좋지 않아 은행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이 이런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며 국내 은행의 수익률이 낮아졌다”며 “국내 은행들은 대출을 할 때도 지나치게 담보에 의존하며 신용위험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높은 이자를 포기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저금리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이 증권, 보험 등 다양한 금융시장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 수수료 수익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해외 은행은 수익의 30∼50%를 수수료 수입으로 채우고 있어 저금리에도 크게 순이익이 줄지 않는다”며 “국내 은행도 PB 업무 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은행 수익성#은행 순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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