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원화 강세가 빚은 두 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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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지갑 닫고… 4월 산업생산 0.5%↓
해외 나가선 펑펑… 관광 지출액 사상최대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 생산 등 국내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지만 한국인의 해외 소비는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국인의 해외관광 지출액을 뜻하는 일반여행지급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올 4월 16억968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4.7%나 급증했다. 최근 1년간 매달 해외관광 지출액의 전년 동월대비 증가율은 10% 안팎이었다가 지난달만 유독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공공부문이나 민간기업의 단체관광, 출장은 대거 취소됐지만 가족 단위의 여행 등 개인여행은 원화 강세에 힘입어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 4월 해외관광객 수는 118만 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7.5% 늘었다. 내국인 출국자 수가 늘면서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한 소비자 수도 올 1분기(1∼3월) 693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2.8% 급증했다.

해외소비 증가와 반대로 국내에서는 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 산업생산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나온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광공업, 서비스업, 건설업 등을 포함한 국내 전(全)산업생산은 4월에 전달 대비 0.5% 줄어 2월(―1.5%)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세월호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 생산이 1.0% 줄어든 가운데 여행업체가 속한 예술·스포츠·여가업(―11.6%)과 숙박업체가 포함된 음식·숙박업(―3.2%)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산업생산 위축은 세월호 사태에 원화 강세라는 악재까지 겹쳐 4, 5월에 이어 6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5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79로 지난달보다 3포인트 하락했고 비제조업도 전달보다 2포인트 떨어진 69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6월의 업황전망 BSI 역시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각각 5포인트, 2포인트씩 떨어지며 경기둔화 현상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최성욱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5월에도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 판매 부문에서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세월호#해외관광#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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