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위안화 채권·예금-롱숏 ELB 등 ‘위험회피’ 상품에 투자자 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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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장상황과 투자 트렌드
해외 채권, 연 3~5% 수익률 기대
롱숏 ELB, 원금보장으로 안정성 확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6,000을 넘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2009년 3월 이후 최근까지 180%나 상승했다. 이는 연 36%에 달하는 상승폭이다. 유럽 증시도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훈훈한 분위기와 달리 최근의 글로벌 증시 상승세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많다. 선진국 증시에 투자해서 큰 수익을 거뒀다는 이야기도 잘 들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확신을 주지 못하는 증시 상승


박진수 KDB대우증권 컨설팅지원부 팀장
박진수 KDB대우증권 컨설팅지원부 팀장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 서서히 주가가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당시의 충격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지금도 상당수 투자자들이 전 고점을 넘어선 선진국 증시를 회의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 향후 글로벌 증시에 추가 조정이 있지 않겠냐는 의구심이 투자자 사이에서는 여전하다.

두 번째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제로 금융시장의 위험 정도를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금융상황지수(Financial Condition Index)나 불황이 닥칠 확률을 측정하는 PFS 불황모델(Recession Probability Model)은 이렇다 할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금융 시장을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각은 컨센서스(평균 예상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보수적으로 바뀐 투자 트렌드


투자자들이 시장에 확신을 갖지 못하니 최근 국내 금융상품 투자 트렌드는 ‘위험 회피’다. 이러한 투자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상품은 외화채권을 매수한 뒤 환헤지(환율 변동 위험 방지)하는 상품이다.

보통 잔존 만기 1∼2년의 해외채권이나 외화예금을 선호하는데 상품을 만기까지 가져감으로써 기본 수익을 추구하고 여기에 스와프 거래 등을 통해 환헤지를 하면서 추가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러한 상품의 금리는 일반적으로 연 3∼5%로 2%대인 시중은행의 보통예금 금리보다 1∼3%포인트 높다.

2012년에 유행한 달러표시채권(KP·Korean Paper·한국 기업이 발행하고 투자자는 미국 달러로 투자)에 이어 작년부터는 위안화 표시 채권이나 예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홍콩에서 외국 기업이 중국 위안화 표시로 발행한 ‘딤섬 본드’는 출시 즉시 소진되는 경우가 많다.

롱숏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도 원금 보장에 ‘플러스 알파’ 수익을 올릴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롱숏 ELB는 원금보장형 ELS(주가연계증권)와 롱숏펀드의 장점을 더한 상품으로 증시가 상승하든 하락하든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원금을 보장한다.

이 상품은 양도성예금증서(CD)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은 사고(롱·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판단되는 주식은 미리 빌려서 팔아(숏·short) 차익을 남기는 롱숏 전략으로 ‘플러스 알파’의 추가 수익을 노리는 방식이다. 2012년에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 상품의 누적 판매 규모는 1조5000억 원 수준이다.

신중하게 한 걸음씩


최근 글로벌 증시의 흐름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지만 증시의 추가 상승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투자자들에게 호소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 것 같다. 여기에는 그동안 낙관적인 증시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들을 신뢰해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경험이 한몫을 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경제와 증시의 앞날,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현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려 하고 있다. 선진국 금융시장이 유례없는 상승 기조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극도의 보수 성향을 보이는 투자자들을 비이성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가보지 않은 길을 앞에 두고 조심스레 한 걸음씩 발을 떼는 것이 어쩌면 합리적 태도일 수 있다.

단, 꾸준히 목표를 향해 자산관리에 정진해야 소기의 자산 증식, 노후 대비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만큼 금융시장 여건이 힘들다는 이유로 투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모쪼록 투자자들이 지나친 탐욕도, 무턱대고 쉬는 과소투자도 아닌 ‘투자의 중용(Golden Mean)’으로 성공적인 투자를 했으면 한다.

박진수 KDB대우증권 컨설팅지원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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