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샤워실의 바보들을 알아야 세계 경제가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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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고용을 이끌겠다며 온수 꼭지를 열어젖혔던 중앙은행이 뜨거운 물(인플레이션)에 화들짝 놀라 다시 냉수 꼭지를 급히 열어젖힘으로써 경기침체와 실업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샤워실의 바보들(안근모·어바웃어북·2014년) 》

‘샤워실의 바보’라는 말은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가 쓴 표현이다. 중앙은행의 과도한 경제조작을 비판하며 빗대어 표현했던 것. 프리드먼 교수는 “샤워실에 들어간 바보는 결국 물만 낭비하고 샤워는 하지도 못한다”며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이 때에 따라서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저자는 이 개념을 빌려와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위기들은 중앙은행과 정부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을 해야만 한다는 과신과 과욕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지탱한 경제정책은 양적완화였다. 미국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시장에 막대한 돈을 풀었다.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주저하지 말고 돈을 풀어라. 정부가 얼마든지 쓸 수 있게. 그게 중앙은행이 할 일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위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처음에는 시장이 계획대로 활기를 띠는 듯했지만 지난해 5월 미국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하자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 요동쳤다.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했고 실물경제가 급격히 냉각됐다.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가 차갑게 식어간다는 위기감이 번지자 결국 버냉키는 양적완화 축소 발언을 거둬들이며 시장을 달래야 했다.

저자는 반복되는 경제위기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과잉이 낳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물’이라고 봤다. 세계 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동기와 의도, 수단, 그리고 그 부산물을 분석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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