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長白山 인삼’ 90개국 상표등록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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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종주국 위상 위협받는 한국
5년근이하 식품 분류해 규제 완화 “내수시장 등에 업고 한국 맹추격”

▼ 中‘長白山인삼’ 90개국 상표등록 추진 ▼

이런 가운데 중국이 정책적으로 인삼 산업을 육성하고 나서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중국 인삼은 농약 잔류량이 많아 싸구려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헤이룽장(黑龍江) 성, 랴오닝(遼寧) 성과 함께 중국 인삼의 98%를 생산하는 지린 성 정부가 중국의 12차 경제·사회개발 5개년(2011∼2015년) 계획 기간에 인삼 품질을 높이는 ‘과기 인삼공정’ 계획을 세우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의 최대 인삼 생산지로 꼽히는 지린 성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비행기를 동원해 창바이(長白) 산 일대에 인삼 종자 9t을 ‘공중 살포’했다. 야생 인삼을 복원하기 위해 벌인 대형 프로젝트였다. 또 최근 3, 4년 사이 중국농업과학원과 지린인삼과학원 등 4개 전문 연구소에 1000여 명의 인삼 관련 연구 인력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린 성 정부는 인삼 생산량의 80% 이상을 무공해로 재배해 ‘청정인삼’을 늘리는 동시에 90여 개국에 ‘창바이산 인삼’의 상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또 중국 중앙정부도 당초 약품으로 분류된 5년근 이하의 인삼을 ‘신자원식품’으로 분류해 규제를 풀었고, 인삼 가공업체의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품목당 100만 위안 안팎을 지원하는 등 전폭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연 매출 1조 원 규모의 중국 캉메이(康美)제약은 중국 최대 인삼 가공업체인 ‘싱아이허’ 등 인삼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인삼을 활용한 건강기능 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삼업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제조업에서처럼 인삼 시장에서도 중국이 막대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한국을 따라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인삼농가 유통구조 복잡해 제값 못받아… 가공업체도 인삼公빼면 거의 영세기업

국내 인삼農-업체 실태

국내 인삼 재배 농가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복잡한 유통구조로 제값을 못 받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인삼이 가장 많이 거래되는 충남 금산군의 수삼 도매 시장에서는 ‘별대’ ‘왕왕왕대’ ‘황왕왕대’ ‘황대삼계’ ‘짠짠이’ ‘왕대’ ‘중절삼’ 등 40여 종의 등급이 있다. 인삼 농사를 짓는 김모(71) 씨는 “수삼 등급이 복잡하고 객관적인 기준도 없어서 도매상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인삼 재배 농가 307곳을 대상으로 수삼 판매 시 애로사항을 설문한 결과 ‘등급별 가격 책정이 공정하지 않다’(20.5%), ‘가격 등 거래 정보가 부족하다’(11.8%), ‘도매상의 가격 후려치기가 심하다’(8.7%)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인삼 가격과 농가 소득이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수삼의 도매가격(4년근 기준, 750g당)은 2000년 4만714원에서 2011년 2만9668원으로 27.1%나 떨어졌다. 농가 소득 역시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인삼농가의 경작지 1000m²당 수입은 2000년 893만1000원에서 2011년 669만9000원으로 25.5%나 떨어졌다. 문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인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인삼의 재배 면적은 2012년을 기준으로 1만6174ha로 경작 재배지가 최고점이었던 2009년(1만9702ha)보다 17.9% 감소했다.

인삼가공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인삼류 가공업체는 64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KGC인삼공사와 일부 인삼농협을 제외하면 규모가 영세해 판매망이 없고 가동률도 낮다. 금산군청이 금산지역의 1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가공업체의 78%가 개별 생산농가나 비법인인 가공업체 등으로 대부분 가내 수공업 형태로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인삼이 개방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을 경우 국내 시장이 잠식당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기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인삼 시장이 중국에 개방될 경우 수출길이 열린다는 이점도 있다”면서도 “중국산 인삼 수입량이 더 늘어나고 국내 인삼 생산 감소세가 가속화되면서 한국산 인삼의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영 abc@donga.com·류원식 기자
#중국#인삼#농촌진흥청#장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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