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실적 개선은 ‘메기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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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공룡’ 이케아 한국진출 앞두고 B2B→B2C로 사업구조 개편
건설사 대상 저가수주 특판도 줄여
한샘-에넥스-리바트 순익 껑충… 건자재업체들도 고급제품 주력

건설·부동산 경기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국내 가구·건자재 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이 일제히 좋아졌다. ‘가구공룡’ 이케아의 국내 상륙을 앞두고 업체들의 체질 개선 시도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샘은 지난해 1조6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가구 업계 최초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7832억 원) 대비 28.5%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68.1% 증가한 794억 원을 기록했다. 리바트는 적자에서 벗어났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127억9560만 원으로 전년(32억240만 원) 대비 4배가량으로 성장했다. 2008년 이후 해마다 적자를 내던 에넥스도 지난해 매출 2336억 원을 달성해 전년보다 18.7% 신장했다. 영업이익도 5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건자재 업체들의 실적도 좋아졌다. LG하우시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2조6770억 원으로 전년보다 9.2% 증가했으며 KCC도 2316억8651만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012년(1989억4928만 원) 대비 16.5% 성장했다.

고전하던 가구업계가 실적 호조를 보인 것은 기업 간 거래(B2B)에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로의 적극적인 사업구조 개편이 주효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설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가구 업체들이 저가(低價) 수주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특판 대신 대리점, 홈쇼핑, 온라인 몰 등 유통채널을 다양화하면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파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리바트는 지난해 말 기준 B2C 매출을 2012년 24%에서 지난해 30% 수준까지 높였다. 에넥스도 특판 비율을 낮추고 B2C 비중을 늘리면서 영업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성과를 올렸다. 백준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가구업계에선 마진율이 낮은 특판 중심에서 B2C 사업 위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의 이익이 주로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구업체들은 이케아 진출을 눈앞에 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직매장 확대, 차별화된 원스톱 서비스 제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매장 대형화 전략을 구사하며 종합 인테리어 회사로의 변신을 시도 중인 한샘은 이달 6일 서울 목동에 부엌가구, 침대, 소파, 인테리어 및 생활소품까지 판매하는 영업면적 5680m² 규모의 대형 매장을 새롭게 선보인다. 광명에 들어설 이케아 매장과 불과 11km 떨어진 곳으로 이 회사의 6번째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다.

건자재 업체들도 대형 매장, 고급 서비스로 B2C 시장 잡기에 나섰다. 건자재 업체인 LG하우시스는 최근 논현동 가구거리에 1690m²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 ‘지인 스퀘어’를 열었다. KCC는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인 ‘홈씨씨인테리어’를 론칭했다. 가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쇼룸, 카페를 갖춘 대형 직매장과 토털 서비스 제공을 늘리는 업체가 많아진 것은 B2C 사업을 강화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메기 효과 ::

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 어항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생기를 유지하는 현상을 기업 경영에 빗대 강력한 경쟁자가 생겼을 때 기존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해지는 현상을 설명한 용어.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가구업계#이케아#한샘#에넥스#리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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