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입법이 규제 ‘주범’… 시행 3~5년뒤 영향 평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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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규제학회 공동보고서

중요한 규제가 포함된 의원 발의 법안은 물론이고 도입 당시 규제의 효과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기존 법률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규제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재계와 학계의 공동 지적이 나왔다.

재계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한국규제학회와 함께 ‘의원 규제입법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내고 의원입법 절차의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의원입법은 정부입법과 달리 발의 절차가 간단하고 규제심사를 받지 않아 ‘규제 양산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보고서는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의원 발의 규제법안에 대해 우선 규제영향 평가를 실시하되 시행 중인 법에 대해서도 제·개정 당시 효과와 관련해 큰 논란이 있었던 경우 3∼5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규제영향평가 대상에 △시한이 임박한 한시법 △주기적으로 정책의 시행 결과를 평가하도록 규정된 법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법률 등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법안 발의 홍수, 제대로 검토 않고 통과

한경연과 규제학회는 “선진국의 경우 관행과 제도를 통해 의원들의 법안 발의를 규제하고 있으며 발의 후에도 면밀한 검토를 거쳐 입법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사례를 거론했다.

보고서는 먼저 시민단체가 입법 발의 건수로 의원들을 평가해 온 관행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법안이 발의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17대 6387건, 18대 1만2220건 등으로 폭증하고 있다. 4년간 약 1000건의 법안이 제출되는 독일의 10배가 넘는다.

상임위원회 심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미국은 회기 2년 동안 약 1만 건의 법안이 발의되지만 통과율은 2%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법안의 무덤’으로 불리는 상임위가 대부분을 폐기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법안 통과율은 18대 국회 기준으로 16.9%에 달한다.

입법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은 편이다. 선진국의 입법 과정은 보통 2∼3년 걸린다. 하지만 한국은 빠르면 두 달 만에도 법을 만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면밀한 검토 없이 일단 금지하고 보자는 식으로 만들어지는 규제가 많다. 보고서는 “한국은 입법의 질이 낮은 탓에 불합리한 규제 법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 규제 남발 막을 장치 만들어야


한경연과 규제학회는 의원들이 발의한 규제 법안에 대해서도 정부입법에 준하는 규제 심사를 거치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경우 의회가 입법권을 독점하고 있지만 입법조사처(CRS), 예산처(CBO), 정부책임처(GAO) 및 다양한 정책연구기관이 전문성을 갖고 입법과정을 지원한다. 프랑스는 의원입법과 정부입법이 둘 다 가능하지만 한국과 반대로 의원입법에 더 까다로운 절차를 적용한다. 일본의 경우 간사장 총무회장 정부조사회장 등 ‘당 3역’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 중의원에서 법안을 수리하지 않는 관행이 있다.

반면 한국은 공청회와 청문회도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상임위에 10명 내외의 입법조사관이 있지만 수백 건의 법안을 검토하다 보니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지지 않는다.

한경연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규제학회, 동아일보와 함께 19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규제 관련 의원입법 개선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의원입법#한국경제연구원#규제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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