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1900선 붕괴… 맷집 강한 한국 금융시장도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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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쇼크’ 亞증시 동반 추락

남미 지역과 경제 교류가 많지 않은데도 27일 아르헨티나발(發) 외환위기 우려에 한국의 주가지수와 원화가치가 급락(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다. 이는 앞으로 발생할 ‘글로벌 자금 대이동(Great rotation)’에서 한국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경상수지도 큰 폭의 흑자를 지속하고 있어 다른 신흥국과 사정이 다르다”라고 평가해 왔지만 국제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움직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기에 한국도 다른 신흥국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 “한국은 선진국 아닌 신흥국”

지난해 12월 중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이후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급속도로 자금을 빼 가기 시작했다. 27일에도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000억 원 넘는 자금을 뺐다.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누적 순매도액도 1조35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하반기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환위기 우려가 나왔을 때 한국에는 반대로 외국인 자금이 몰렸던 것과 정반대 현상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언제 실시할지 모르던 지난해 하반기에 한국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아시아 신흥국의 혼란을 피해 잠시 맡길 곳을 찾아온 ‘파킹 자금’의 성격이 강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로서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볼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앞으로 신흥국과 동조화 현상을 보일 개연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스마트폰 시장 포화, 대형 차 판매 저조 등 구조적 한계에 부닥치며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한국을 글로벌 자금 이동의 안전지대로 보기 어렵게 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외국인 자금 흐름에 좌우되는 경향이 큰 만큼 외환위기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승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는 사상 최고 흑자를 기록했지만 외국인과 내국인 간 자본유출입 차이인 ‘자본수지’는 적자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동남아로 번지면 한국도 위험”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발 금융 위기가 동남아 신흥국에까지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 금융 시장까지 타격을 받게 된다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전체에 금융 위기가 번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제 기초 체력이 다른 신흥국보다 튼튼한 만큼 이번 사태가 남미에 한정된다면 큰 부침이 없겠지만, 한국과 교역 규모가 큰 동남아로 영향이 확산된다면 한국 증시와 환율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외환 위기 여파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제2의 ‘키코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시장의 최근 동향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비정형 통화파생상품(환율 변동에 따라 각종 조건이 달라지는 파생 상품) 거래 잔액은 39조8000억 원으로 2012년 말에 비해 52.5% 늘었다. 박종열 한국은행 분석기획팀장은 “지금까지의 거래 규모로는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이 규모가 계속 가파른 증가세를 유지한다면 환율이 급변할 경우 환헤지 등을 위해 비정형 통화파생상품에 투자한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코스피#금융시장#신흥국 쇼크#아시아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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