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출구전략 탓하던 신흥국들, 잘못된 경제정책 민낯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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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부국 러시아-브라질-인니… 글로벌 경기 침체되자 직격탄
베네수엘라-아르헨 등 남미선… 反시장정책으로 위기 자초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쇼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보다 신흥국 내부에 있다는 지적이 국제 금융계에서 나오고 있다. 선진국의 출구전략 우려로 금융시장이 요동친다는 것은 변명거리에 불과할 뿐이고 사실 신흥국들은 그동안 잘못된 경제정책을 쓴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통화가치 급락 등으로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신흥국들은 △풍부한 자원에만 의존하고 경제 혁신을 게을리한 나라 △반(反)시장 정책과 포퓰리즘에 빠진 나라 △정치 불안의 악영향이 경제에 미치는 나라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많은 곳은 ‘자원의 저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라들이다. 루블화가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는 전체 수출에서 석유·가스 등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를 정도로 자원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원자재 시장이 호황일 때는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글로벌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곧바로 충격을 받았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 역시 작년 세계 경기가 한풀 꺾이면서 증시가 15% 이상 떨어지는 시련을 겪었다. 인도네시아도 천연자원을 믿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소홀했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라는 부메랑을 맞았다. 특히 이들 자원 부국은 ‘원자재 블랙홀’로 불리던 중국의 경기 둔화, 셰일가스를 무기로 한 미국의 에너지 독립 등 국제경제 시류의 변화에도 어두웠다.

상당수 남미 신흥국은 무리한 반(反)시장 정책을 밀어붙이다가 위기를 겪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연 50%가 넘는 초(超)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인위적 가격 통제 정책을 펴고 있다. 국민의 해외 소비를 강력히 억제하는 한편 근로자 해고를 사실상 금지하는 입법을 했다. 그 결과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달러 암시장이 커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베네수엘라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200억 달러로 거의 바닥난 상태다. 아르헨티나도 고질적인 포퓰리즘과 산업 국유화, 외환시장 통제 정책 등이 또다시 나라를 디폴트(채무 불이행) 직전으로 몰고 갔다는 분석이 많다.

태국 등은 불안정한 정치 상황 때문에 잘나가던 경제가 흔들리는 사례다. 태국은 친정부, 반정부 세력의 극한 대립으로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밧화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터키와 우크라이나도 작년 말부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며 경제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신흥국#통화가치#양적완화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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