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많이 팔고 덜 벌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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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안방 잠식-해외선 日에 고전
매출 87조로 3.4% 늘었지만 환율 발목… 영업이익 1.5%↓

엔화 약세의 여파로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이 3년 만에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가진 기업설명회(IR)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국내외를 합친 판매량은 473만2366대로 2012년(441만357대)보다 7.3% 늘었다. 매출액은 87조3076억 원으로 전년 동기(84조4697억 원) 대비 3.4%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8조3155억 원으로 2012년(8조4406억 원)에 비해 1.5% 줄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9.5%에 그쳤다. 현대차가 한 자릿수대 영업이익률을 낸 것은 2010년(8.8%) 이후 처음이다.

○ 환율이 치명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달러나 엔화, 유로화로 차량 대금을 결제하는 수입차 업체들은 원화 강세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인하에 힘입어 신차 가격을 잇달아 내렸다. 그 결과 수입차 업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2년 9.0%에서 지난해 10.7%까지 높아졌다.
▼ “올해 중대형 수출비중 높여 수익성 개선” ▼

국내 시장에서 선전하는 수입차 대부분이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차인 것도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을 낮춘 또 다른 원인이다. 중대형차 시장을 수입차 업체에 잠식당하면서 수익 하락폭이 그만큼 가팔라졌다는 얘기다. 현대차의 중대형차 마진율은 소형차의 갑절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자동차 업체의 공세가 현대차의 수익성을 압박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엔화 약세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환율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 고급차 판매 확대가 열쇠

하지만 현대차의 지난해 실적은 외부 환경이 악화된 정도를 감안하면 “그런대로 선방했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비록 전년보다 낮아졌지만 제너럴모터스(GM), 폴크스바겐 등 주요 글로벌 업체의 평균치와 비교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미국차 업체의 경우 현지 회복세가 뚜렷하고 일본차 업체도 엔화 약세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해 세계 시장에서 3.5% 증가한 490만 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양적 성장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차 판매 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국내에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미국과 유럽에도 수출하는 대형세단 신형 제네시스와 상반기(1∼6월)에 나올 쏘나타 후속모델(프로젝트명 LF)에 대한 판촉을 강화할 예정이다.

인도 중국 등 자동차 수요가 많은 국가에서도 고급 모델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 인도에서는 올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의 판매를 시작한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1월 판매를 시작한 현지형 중형차 밍투의 대대적인 판촉에 나서기로 했다.

이진석 gene@donga.com·강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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