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현장에서]‘1월 효과’ 없다… 당분간은 조심조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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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경제부
정지영·경제부
“새해가 시작됐지만 1월 효과는커녕 어닝쇼크 우려만 나오고 있으니 한숨이 나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최근 주식시장 흐름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았다. 1월이 되면 새해가 시작됐다는 기대감에 주가가 대체로 오르는 ‘1월 효과’라는 게 있다. 올해는 그런 1월 효과도 기업 실적이 예상치보다 나쁠 것이라는 어닝쇼크 우려에 묻혔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1월 주가흐름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말 2,011.34로 마감됐던 코스피는 20일 현재 1,953.78로 2.9%나 하락했다.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포함된 한국 기업 가운데 분기실적 시계열 자료가 있는 99개 종목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 합산 전망치는 27조340억 원, 순이익은 22조2540억 원으로 추산됐다. 직전 분기인 3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9.9%, 순이익은 11.5% 줄어들었다.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다음 주부터 이어진다. LG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KT, 포스코,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다음 주에 실적 발표에 나선다.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은 이후 다른 상장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크게 꺾였다.

문제는 최근까지도 실적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4분기 영업이익을 현재의 전망치와 지난해 말을 비교하면 약 2주일 동안 10% 이상 하락했다. 이런 하락률은 지난해 3분기(7∼9월) 영업이익의 컨센서스와 실제 발표치의 차이인 비율 9.9%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업계에서는 4분기가 원가부담, 대표이사 교체 후 전임 대표 때의 부실 등을 실적에 모두 반영해 묵은 때를 털고 가는 ‘목욕(빅 배스·Big Bath)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라는 해석을 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제조업체는 연말에 쌓인 재고에 대해 물량 ‘밀어내기’를 해서 매출,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데 어느 정도의 재고를 갖고 있는지는 우리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며 4분기 실적 추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유야 어떻든 삼성전자 쇼크가 다른 주요 기업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투자자들은 갈 곳을 잃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회복세로 돌아서겠지만 단기간으로는 ‘아픈 시간’을 견뎌야 할 것 같다.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하되 당분간은 보수적인 대응으로 버티라는 것이 투자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의 전부라는 점이 안타깝다.

정지영·경제부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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