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결혼은 고비용 저효율” 싱글들의 이유있는 변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 30대라면 회피하기 힘든 게 결혼이라는 과제다. 그런데 냉엄해진 현실의 압박은 이 생물의 화학적 본능을 거세시켜 버렸다. 결혼이란 카드가 비용 대비 효용이 낮다고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전영수·중앙북스·2013년) 》

인터넷에서 ‘30대 남성이 연애에 적극적이지 않은 진짜 이유’라는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적당한 경제력을 갖추고, 20대를 지내면서 연애와 여성의 실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결과 연애에 들일 시간과 돈을 자신에게 투자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글이 대상을 남성으로 한정한 것과 달리 책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책 전체의 내용은 위 인터넷 글의 ‘심화판’에 가깝다. “결혼을 하려면 거액의 유무형 비용이 필요한데 결혼 후 발생할 효용이 주판알로는 튕겨지지 않는다”는 책 속 문구는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30대 중반들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30대 중반들이 정말 ‘즐기기 위해’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것인지를 의심한다. 알고 보면 결혼 후 자신들에게 주어질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회피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남성은 부양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무거운 임무를, 여성은 육아와 직장 모두를 신경 써야 하는 ‘슈퍼우먼’ 역할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30대가 결혼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한 시대적 상황을 냉소적으로 비판한다. 결혼만 장려하지 구체적 대책은 내놓지 못하는 정부에 “3억 원에 이르는 육아 비용은 셀프”라고 비꼬는 부분에서는 씁쓸함인지 통쾌함인지 모를 복잡한 쾌감이 든다.

30대 미혼 자녀를 둔 부모 세대들이 이 책을 읽으면 가슴을 칠 확률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어쩌랴. ‘정규직 입사’와 ‘정시 퇴근’을 감히 소망하기도 쉽지 않은 많은 결혼 적령기 30대들은 배우자는 고사하고 자기 한 몸 건사하기조차 쉽지 않은 것을.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