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Dream]내집보다 전세가 낫다? 싸고 좋은집 넘쳐나는 지금이 구입 적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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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카페
주택구입 고심하는 수요자들

집값이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집을 사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는 무주택자들이 많다. 이들 가운데는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기존 전세금과 여유자금, 추가 대출을 보태 당장이라도 집을 살 수 있는 ‘능력 있는’ 무주택자들이 꽤 있다.

수요자들이 집 사기를 미루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크게는 “앞으로도 집값이 약세일 가능성이 큰데 수억 원을 집에 넣어 묵힐 이유가 있느냐”는 점을 이유로 든다. 최근 몇 년간 수도권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집을 사서 인생이 망가지거나 허리가 휘는 사람들이 즐비한데 무엇 하러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현실도 근거로 든다.

집값 전망을 어둡게 보는 수요자들은 대부분 최대한 주거비를 아끼려고 하기 때문에 전세를 선호한다. 전세는 입주할 때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크지만 월세처럼 매달 ‘생돈’이 나가지 않는 ‘원금보장형’ 주거상품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난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이런 능력 있는 무주택자들의 전세쏠림 현상이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앞으로 전국의 집값이 한번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능력 있는 무주택자들의 이런 의사결정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또 ‘집으로 떼돈 버는 시대는 갔다’는 말이 대세로 인정받을 정도의 상황인 점도 맞다.

그렇다면 집을 사지 않고 계속 세를 사는 게 능사일까.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은 측면도 많다. 전세는 요즘처럼 가격이 폭등할 때는 상당한 비용과 번거로움이 따른다. 2년마다 돌아오는 계약갱신 때 살던 집에 계속 살려면 보증금을 수천만 원 이상 올려줘야 한다. 자녀 학교 때문에 멀리 이사 가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선택의 폭이 좁아 집주인들의 인상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집을 알아보기 위해 주말마다 발품을 파는 수고를 들여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사비로 300만∼400만 원씩 추가로 써야한다. 월세는 전세보다 초기 자금은 적게 들지만 매달 현금이 수십만 원 이상 지출된다는 점에서 가계 사정이 빠듯한 직장인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돼 선호도 자체가 낮다.

‘세살이’는 아무리 경제적이라고 해도 결국 뜨내기 생활이기 때문에 주거만족도가 높을 수 없다. ‘값싼 주거’가 ‘행복한 주거’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따뜻한 삶의 공간인 집은 뭐니 뭐니 해도 안정감이 최우선이다.

2000년대처럼 집값이 폭등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집값이 계속 하락할 가능성은 더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최근 국회에서 몇 달째 잠자고 있던 취득세율 영구인하와 리모델링 수직증축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꽉 막혀 있던 규제가 하나둘씩 풀리면서 집값이 내릴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이 올해보다 주택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백화점에 비유하면 지금은 ‘주택 대(大)바겐세일’ 기간이다. 가는 곳마다 할인문구가 넘쳐나고, 시세보다 10% 이상 싼 급매물도 더러 나온다.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이만큼 배짱 부려 가면서 집을 골라 살 수 있는 기회는 없다. 집을 살 능력이 되고, 언젠가는 내 집을 마련할 것이라면 한 푼이라도 쌀 때 사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일 수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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